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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수주의자

나는 국수주의자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꼽아보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첫 자리나 두 번 째 자리에

'국수'를 소중히 올려 놓을 것이다.


내가 국수와 인연을 맺은 것은

반세기를 훌쩍 넘었다.

내 기억의 가장 오래된 장면을 보려면

아무래도 수색이라는 곳으로 세월을 되 돌려야 한다.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어찌어찌 하다가 수색으로 이사를 했고

너 덧 살이 될 때까지 할아버지와 할머니랑 거기서 살았다.


아버지는 육군 소령으로 집에서 멀지 않은 

국방대학원에 다니고 계셨을 것이라고 짐작을 해 본다.


할아버지는 집에서 국수를 만들어 파셨다.

국수를 빼는 기계가 돌아가고

대나무 작대기에 국수를 널어 말리던 풍경이

바로 나의 첫 기억인데 

그 기억은 어쩌면 운명처럼 국수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어릴 적엔 끔직하게도 국수를 싫어했다.

아마도 재고가 된 국수를 의무처럼 먹어야 했던 까닭인지 모르겠다.


국수라면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내가

슬그머니 애정을 넘어 애착의 감정으로 바꾼 사건이 일어 났는데

그것은 국수기계 때문이었다.


국민학교 4학 년 때였을 것이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국수기계를 하나 사 가지고 오셨다.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처럼 밀기도 하고

면을 뽑아내기도 하는

그 국수기계는 밀가루 반죽을 놀랄 만큼 쫄깃쫄깃하게

변화시키는 마술을 부렸다.


쫀득쫀득한 국수의 식감의 포로가 된 것은

바로 그 때 부터이다.

예나 지금이나 가정일엔 관심도 소질도 없는 내가

국수 뽑는 일엔 자원봉사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내 국수 사랑이 싹을 틔워서

무럭무럭 자라서 그 성장은 지금도 멈출 줄 모른다.


잔치 국수, 장터 국수,비빔국수,

라면, 칼국수, 짜장면이나 짬뽕----

'Just name it.'

국수라면 어떤 형태가 되었든

누가 권하면 거절하지 않고 넙죽 받는다.

술이나 고기는 내 돈 주고 사 먹지 않아도

국수에 들어가는 비용에 지갑은 저절로 열린다고 하면

내 국수 사랑이 이해가 될 것이다.


지난 2 월 한국에 갔을 때

아내 혼자 외출을 한 적이 있었다.

아침 열 시 쯤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 혼자 호텔 방에서 나와

종로에서 인사동으로 들어가는 입구 어디 쯤에 있는 

국수집으로 걸을을 옮겼다.

며칠 전에 미리 눈도장을 찍어 둔 곳이었다.


시차 때문에 새벽 두 세 시에 일어나

뒤척이다가 글 한 편 쓰고

어찌어찌하다 아침을 맞은 내 속은 허기가 질 대로 진 상태였다.


술과 고기보다고'

잔치 국수 한 그릇은

내 영혼의 허기까지도 채워주는 말 그대로 '소울 푸드'였다.

내가 나를 잘 대접하고 싶을 때

먹는 음식이 국수다.

단 돈 삼천 원에

빈 속을 채우고 영혼까지 개운해지는

국수가 있는 나라 대한민국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어제 아내는 장인 장모님에 계시는 

아리조나로 떠났다.

그 전 날 저녁 아내는 저녁 식사로

국수를 삶았다.

멸치 국물에 고춧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국수를 먹고 나니 

행복한 포만감이 몰려 왔다.


이런 국수 한 그릇 먹고 나면

아내가 며칠 집을 비워도 별로 서운하지 않다.


오늘 4월 초하루

며칠 째 비가 내리고 날이 쌀쌀하고 바람이 분다.

이제 아내는 어딜 가면서도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간다.


오늘 저녁?

s 사에서 나온 매운 맛 라면이다.

주위에 일본 라면도 많지만

내 입맛은 일편단심 한국의 매운 라면에 고정되어 있다.

N사의 '신라면'이 줄곧 내 일편단심의 대상이었지만

음흉한 이미지의 한국의 전 비서실장이

N 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내 마음의 점을 다른 라면에 찍으려고 한다.


달걀을 깨뜨려 넣고 파까지 송송 썰어 넣은 남비에서

라면이 끓는 소리는 얼마나 귀엽고 향기로운지 모른다.


아침부터 저녁에 먹을 라면 생각을 하며

입에 침이 고이는 나는

누가 뭐래도

국수를 좋아하는 그것도 한국 국수만 좋아하는

*(한)'국수주의자'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국수주의자 (Chauvinist)국수주의(國粹主義)는 자신의 나라에 대한 우월감으로 자기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이 다른 나라보다 우월한 것이라 믿고,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 등을 깔보거나 업신여기고 또한  그것을 배척하려고 하는 태도와 정신을 말합니다. 


 이는 지나치고 잘못된 애국심과 자만심이 원인이며 편협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빠지게 됩니다. 보통은 억압된 상태에 있다가 독립을 하여 나라를 다시 세워 나갈때 이전의 억눌린 기억에 대한 반발심에서 자기 고유의 것만을 추구하려고 할 때에도 빠지기 쉽지만 자기의 나라만이 위대하다는 교만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과거 나찌처럼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내세우는 행태나, 최근의 일본처럼 지난 역사를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것도 국수주의의 일종이고, 또한 한국 사람이 혈통을 중시여겨 혼혈을 배척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는 것도 국수주의의 일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