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이 났다.
날은 쌀쌀했고
바람이 찼다.
30 여 분 북촌을 걸었다.
겨우 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골목도 있었다.
한복을 빌려 입은 여자 아이들의 입에서
"아이 추워, 감기 걸리면 어쩌지?" 하는 언 소리가 들렸다.
젊으니 용감하다.
한복을 입은 여자들 입에서
알 수 없는 중국어가 요란하게 튀어나오기도 했다.
큰 길마다, 그리고 좁은 골목에도
경찰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겐
그것이 익숙한 풍경의 하나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날은 추웠고
무엇보다도 배가 고팠다.
'부산 어묵'이라는
할머니가 혼자 하시는 어수룩한 곳에서
어묵 한 꼬치와 호떡을 하나 사서 우물우물 목구멍으로 넘겼다.
궁색한 플라스틱 의자가 삐걱거렸다.
"어묵이 참 맛 있네요."
"재료를 비싼 거 써."
할머니가 어묵이 재료가 들어 있는 봉투를 보여주었다.
'부산어묵'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부산 어묵이 비싸고 맛 있는 상표라는 뜻이리라.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내가 삐걱이는
탁자와 의자가 있는
아주 작은 공간 안에서 외톨이가 되었다.
30년 세월이 지나고 나니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어도
난 어쩔 수 없는 이방인이었다.
'부산어묵'은 내가 이방인이라는걸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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