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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일 오전 12:12

어제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오늘 아침까지 내린다.
그리 세차지 않게 피아노의 강도로 그러나 느리고 긴 라르고의 템포로 비가 내린다.
오늘 아침은 '꿈'이라는 제목의 첼로와 기타의 duet을 들으며
죽음을 생각한다. 
나로부터 죽음은 얼마나 멀리 있는 것인지.
지금 죽음에 대해 가장 두려운 것은 죽는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내 핏 속엔 늘 강물 소리가 흐른다.
대학교 3학년 때인가 처음으로 내가 태어난 영월에 갔을때
마을 앞을 흐르던 강물 소리가 내 마음 속을 흐르던 바로 그 강물 소리임을 확인하고
얼마나 신기했었든지.
내가 죽음을 생각하는 까닭은 물론 오늘 아침부터 읽기 시작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때문인 까닭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존재와 소리, 이런 것들의 소멸이 주는 두려움이 죽음의 소실점이다.
특별히 소리들의 소멸.
내 속을 관통해 흐르는 강물 소리, 그리고 이 음악들--------
그런 것들이 사라진다고 하면 죽음은 참 슬픈 일이 될 것이다.
죽음에 제법 담담하던 나도 이 음악과의 결별 앞에서는
참으로 약하기만 하다.
오늘 빗소리 때문에, 그리고 음악 때문에 절망하고 위로 받는다.

오늘 내 핏줄 속에 강물 소리와 더불어 첼로와

빗소리가 흐른다.

 

오후에는 이 비가 그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