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11월 17일 일기
새벽에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이렇게 빗방울이 창문에 부딪치는 소리에 잠을 깨는 일이
일년 중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니
바람이 무척 강하게 불었던 모양이다.
출근하려고 문을 나서니
집 앞, 노란 단풍잎이
밤새 비바람에 다 떨어지고 말았다.
어떻게 하나도 남지 않고
다 떨어졌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휑하니 벗은 가지에 남아 있는 새집 하나.
나뭇잎은 다 떨어졌어도 새집은 무사하다.
올 봄, 여름 내내
어떤 새가 우리집 나무에 둥지를 틀었을까?
어떻게 저런 둥지를 지었을까?
어떤 새인지 참 궁금하다.
사람은 손과 발이 있어도
스스로 벽돌을 쌓지는 않는다
하지만 손이 없는 새들은
사랑의 둥지를 틀기 위해
하얗게 여린 가슴으로
벽돌을 쌓아 올린다
가시 삐죽 나온 나뭇가지
그 가시에 가슴이 찔려도
또다시 후두둑 날아가 물고 온
가시나무로 쌓는다 한층 두층....
튼튼한 둥지를 만들기 위해
때론 상처가 날지라도
여린 깃털이 피에 젖어도
가슴으로 꾹꾹 눌러 가면서
그렇게 모난 벽돌을 쌓고나면
태어 날 아기 새,
혹여 가시에 상처 날까
갈대가지, 밀대, 낙옆 잎새 들 모아
부르럽게 벽을 바른다
솜털처럼 아늑한 집
찔리는 아픔 악물고 쌓아올린
허름 하지만 가장 값진 집 한 채
목련나무 가지위에 짓기위해
새들은
가슴으로 집을 짓는다.
-새들은 가슴으로 집을 짓는다- 김정선
새들은 새끼를 위해 가슴으로 집들 짓는다는데
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떤 집을 지었을까?
어떤 집을 짓고 있을까?
간밤의 세찬 비바람에 노란 나뭇잎이
하나도 남지 않고 다 떨어졌는데도
새집만은 무사한 걸 보니
정말 새는 가슴으로 집을 짓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