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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 이야기

새로운 시작

 

                                                         -도서관에서-

 

8월 31일엔 손자 Desmond가 태어났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다.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잔다.

아직 누굴 닮았는지 내 눈썰미로는 가늠하기 힘들다.

그리고 어떤 성격과 행동을 가진 아이로 커 갈것인지도 참 궁금하다.

출발선에 선 아이들을 보면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지난 주에는 셋 째 선영이가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New York Youth Symphony'의 Artistic Manager이다.

아주 바쁜 모양이다.

자기 Facebook Time Line에 다음과 같은 메모를 올렸다.

선영이가 하는 일, 해야 할 일이 대충 짐작이 되었다.

 

While I have 10 seconds to come up for air, 

I just wanted to post that I'm loving my new job and team at the New York Youth Symphony!

 I'm managing the orchestra, chamber music, jazz, composition, commissioning,

 and conducting programs and the upcoming tour to Brazil. 

I came in during the most hectic time of the year, 

but that's the best way to learn how to do the job, right? OK BYE!!

 

바쁜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진다.

사실은 또 하나의 일을 할 기회가 있는데

어떤 결정을 내릴 지 모르겠다.

뉴욕에 단 하나의 클래식 음악 WQXR(나도 운전하고 다닐 때는 이 방송에 채널 고정)에서도

 job interview를 오라고 했다는데

나는 돈 생각 보다는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하라고 말해 주었다.

방송국에서도 가끔 파트 타임으로 일을 했고

그 때마다 자기의 'dream job'이라는 말을 했는데

두 마리 토끼 앞에서 행복한 걱정을 하는

선영이가 무슨 선택을 할 지도 무척 궁금한 오늘이다.

 

선영이의 새로운 출발은 그래도 조금은 앞이 보이는 종류의 것이다.

선영이의 새로운 출발은 기대감에 무게가 실렸다면

아들 준기의 새로운 출발은 걱정 쪽에 무게가 조금 더 실렸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지난 주말에 준기가 다니고 있는 'George Town Law'에서

학생들의 가족을 위해 마련한 'family weekend'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워싱톤에 다녀왔다.

아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아들을 픽업해서

함께 가려고 기다리다 만난 아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눈이 때꾼했다.

 

눈에 쌍거풀이 있는데 평소엔 잘 모르겠더니

그 날 아침엔

유독 그 아이의 쌍거풀이 강조되어 내 눈에 들어왔다.

겨우 한 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George Town Law'의 매운 맛이 아들의 눈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토요일 하루도 우리와 함께 보내야 했기에

미리 당겨서 공부하느라 잠이 부족했을 것이었다.

 

학교에서 가족들을 위해 하는 세미나에서도

교수들이 학생들이 한 주일에 60시간 정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나중에 아들에게 물었다.

"넌 지난 주일에 몇 시간 공부했어?"

남들은 60 시간이지만 자긴 집중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60시간을 넘었단다.

 

출발선에 선 두 아이를 보며

내가 느끼는 감정의 무게도 조금 달랐다.

선영이에겐 기대감이,

준기에겐 걱정의 무게가 조금 더 했다.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 있는 나를 보며 생각해보았다.

나의 시작은 기대감이나 걱정도 별로 없이

무덤덤함 그 자체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가을풀처럼 내 삶이 말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감도 걱정도 다 젊은 삶에 있어야만 하는 감정들이다.

 

주말엔 바람 부는 언덕에 올라야 겠다.

젊은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 겠다."

 

가을 바람에 내 삶에 낀 먼지를 날려 보내고

다시 새록새록 걱정하고 기대감이 피어나는

가을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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