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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머무는 곳에





허리 아픈 하루를 보냈다.

일를 마치고

3층 아파트에 올라와 보나 아무도 없었다.

창 밖을 내다 보니

해 그림자가 지고 있었다.

건물과 공중에 난 전철 트랙 때문에

햇살이 만들어낸 기하학.

그 꼭지점에 까만 쓰레기 백이

달랑 하나 놓여 있었다.

햇살은 무슨 깔때기를 통해

그 쓰레기 봉지에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Coors'(맥주) 병마개를 따서 들이켰다.


목구멍을 타고

노란 액체가 흘러 내린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나 혼자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쓰레기 백

하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맥주의 마지막 한 모금이 

목을 타고 흘러 내린다.


햇살 흘러내리던 자리엔 

어둠이 들어찰 것이다.


내 얼굴엔 이미 노을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