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 늦게 피는 나무들처럼
지난 일주일 동안 집을 비웠다.
지난 토요일, Met Opera가 공연한 《Turandot》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장인어른 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둘째네 집에 들러 며칠을 더 머물렀다.
그렇게 일주일 만에 어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 앞에 내리자마자 나는 한동안 말을 잃고 서 있어야 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집 주변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천지개벽이라는 말이 과장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입이 벌어진 채 쉽사리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면 조금은 짐작이 갈 것이다.
우리 집은 넓은 잔디밭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고, 그 둘레를 나무들이 둥글게 감싸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나무 가운데 대여섯 그루는 5월 중순이 되도록 아무런 잎도 틔우지 않은 채 앙상하게 서 있었다.
마치 봄이 왔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듯, 혹은 겨울잠에서 끝내 깨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나무들이 죽어버린 줄 알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어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제 돌아와 보니, 그 나무들이 어느새 짙은 초록의 잎을 가득 피워 올리고 있었다.
잔디밭 주변은 온통 푸른 숲으로 변해 있었고, 집은 마치 초록 세상 한가운데 잠겨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괜히 부끄러워졌다.
자연의 시간도 기다리지 못한 채 조급한 마음으로 섣불리 판단했던 내 어리석음 때문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수풀 사이사이에 몇 송이씩 보이던 흰 꽃들은 어느새 숲과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집 주변과 숲 가장자리를 따라 피어난 그 꽃들은 마치 흰 들불이 번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민들레가 떠난 자리에는 미나리아재비가 노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작고 앙증맞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마음 한편까지 환해지는 듯했다.
봄이 무르익는 동안 잎을 틔우지 않는 나무들을 보며 못내 조바심을 냈던 내 마음도, 자연 속에 살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인내와 기다림, 그리고 자연의 순리 같은 것이 내 안에서도 천천히 푸른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
개울 건너 산은 저마다 다른 빛깔의 초록으로 빼곡히 채워졌고, 들판은 풀과 들꽃으로 충만하다.
이 풍경 속에 서 있으면, 내가 사는 이곳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손수 가꾸시는 정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정원은 한 주일이 멀다 하고 전혀 새로운 얼굴로 변해가며, 내게 감격과 설렘을 선물한다.
내가 특별히 한 일이 없어도 이렇게 아름다운 기쁨을 날마다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니, 참으로 복된 삶이 아닐 수 없다.
희망과 기다림 끝에 마침내 환희를 맛보게 되는 이 하느님의 정원에서 나는 조금씩 배우고 있다.
욕심을 내려놓고 조용히 기다리면,
행복은 자기 때를 알고 스스로 찾아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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