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일기 — 유머
어제 아침, 우리는 에스터 부부의 산채에 다녀왔다.
겉으로는 “꽃 구경하러” 간다고 했지만, 실은 물망초를 슬쩍(?) 서리하러 간 길이었다.
게다가 아내는 향기마저 종소리처럼 맑을 것 같은 은방울꽃까지 한손 가득 챙겨 들고 나왔다.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사람답게 아내는 몹시 흡족한 표정이었다.
“오늘 아침은 내가 쏠게!”
덕분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Cafe Mornings로 향했다.
지난번 들렀을 때 브런치도 훌륭했고 분위기도 제법 근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일이 늘 그렇듯,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수요일이었다.
그 집은 화요일과 수요일, 딱 이틀 문을 닫는단다.
결국 우아한 브런치 계획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돌아오는 길에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던 28번 도로 옆의 다이너에 들어갔다.
겉모습부터 “우리는 시골입니다”라고 대놓고 주장하는 듯한 식당이었다.
주방 뒤편으로도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바로 옆에는 작은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벽에는 이 동네 주민들이라 해도 될 사슴, 코요테, 여우 박제들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음식 역시 투박했다.
괜히 폼 잡지 않는 시골 아침 식사였다.
그런데 달걀 프라이는 놀라울 정도로 완벽했다.
내가 주문한 over easy 스타일로, 노른자가 예술 작품처럼 살아 있었다.
괜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가 나는 바 옆 벽에 붙은 사인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Hunters, Fishermen and Other Liars Gather Here.”
굳이 번역하자면,
“사냥꾼, 낚시꾼, 그리고 허풍쟁이들이 모이는 곳.”
쯤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Catskill 산골에는 사냥꾼도 많고 낚시꾼도 많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이면 반드시 시작되는 것이 있다.
바로 “내가 놓친 물고기가 원래는 이만했다”는 이야기다.
팔 길이만 한 송어가 사실은 상어 수준으로 커지고,
놓친 사슴은 거의 들소급 체격으로 발전한다.
듣고 있노라면 한국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와 구조가 매우 비슷하다.
나는 계산을 마치고 나가며 웨이트리스에게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그녀는 딱 “아줌마와 할머니 사이 어디쯤”의 푸근한 인상이었는데,
마치 오래된 담요처럼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다.
“앞으로는 여기 못 올 것 같네요.”
그녀는 순간 몹시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나는 벽의 사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는 사냥도 안 하고, 낚시도 안 하고… 허풍도 안 떨거든요.”
그녀는 잠깐 멈칫하더니 곧 씨익 웃으며 받아쳤다.
“아, 그건 식당 손님 말고 바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 얘기예요.”
순간 나도 웃음이 터졌다.
“아, 그래요?
그럼 다음에 또 와도 되겠네요.”
우리는 서로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는 에스터 집에서 ‘합법적으로’ 얻어온 은방울꽃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아내는 꽃을 안고 있었고, 나는 아직도 그 사인 문구가 생각나 혼자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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