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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산골일기 - 하느님의 정원을 거닐다

산골일기 — 하느님의 정원을 거닐다

오늘 아침엔 오랜만에 부지런을 떨었다.

근처 산골 Vega Mountain에 있는 에스터 부부의 산채에 들르기 위해서였다.
아내는 그곳 화단에 물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우리 집 뜰에도 그 꽃 한 포기를 꼭 모셔오고 싶어 했다.

생각해 보니 벌써 두 해 전 일이다.
우리는 에스터의 산채에서 물망초 몇 포기를 캐 와 우리 콘도 화단과 큰딸네 뜰에 옮겨 심었다.

그리고 큰딸네 집에 심어 두었던 물망초는 올해도 변함없이 싱그럽고 청초한 모습으로 피어났다.

아내는 다른 것에는 무심한 편이지만, 꽃 앞에서는 욕심이 많아진다.
예쁜 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주인 없는 산채에 잠시 들러 물망초 두 포기를 조심스럽게 캐 왔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늘 그렇다. 하나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물망초를 캐 오는 김에 아내는 화단 가득 피어 있던 은방울꽃도 몇 송이 꺾어 물컵에 담아 왔다.

아마 그 은방울꽃 때문이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오래된 향수처럼 은은하고 맑은 꽃향기가 가득 번져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 아내는 곧장 꽃을 뜰에 옮겨 심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산책길에 나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민들레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는 이제 하얀 홀씨만 남아 있었고,

그 빈자리 사이사이로 보랏빛 봄까치꽃과 노란 미나리아재비가 조금씩 제 영토를 넓혀 가고 있었다.

화원에서 파는 꽃들처럼 화려하거나 도드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은 풀꽃들이 저마다의 빛깔로 옹기종기 모여 어우러진 모습은 그 어떤 정원보다도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것이야말로 하느님의 정원이 아닐까.’

아무 때나 자기 산채에 와서 꽃을 가져가도 좋다고 말해 주는 에스터의 너른 마음이나,
서로 다투지 않고 이 꽃 저 꽃이 차례로 피어날 수 있도록 품어 주는 흙의 마음이나,
어쩌면 모두 창조주의 마음을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나도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풀꽃들과 눈을 맞추며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평소 같으면 20분이면 충분한 길인데, 오늘은 한 시간 반이나 걸려 집으로 돌아왔다.

아름다운 풀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사랑이 넉넉한 사람들 사이에 살아가는 나는,
어쩌면 지금 정말 하느님의 정원 한가운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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