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입맞춤
이번 캐나다 로키산 RV 여행의 마지막 밤은 Drumheller라는 작은 마을에서 보냈다.
그곳은 캐나다의 황량하고도 신비로운 Badlands와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아내 말로는 한국 드라마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가운데 캐나다에서 촬영된 장면 중 일부가
바로 그곳 Badlands에서 찍혔다고 했다.
보통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 로키를 찾는 여행자들은
Calgary에서 출발해 Banff를 거쳐 Jasper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캘거리로 돌아오는 일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서 조금 더 욕심을 냈다.
Badlands를 보기 위해 캘거리에서 약 140킬로미터 떨어진 Drumheller까지 차를 몰고 갔던 것이다.
드럼헬러의 한 RV 파크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다시 캘거리로 돌아가던 아침이었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해결하려고 맥도널드에 들렀다.
생각해 보면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맥도널드 같은 프랜차이즈 식당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며칠 만에 만난 익숙한 간판이 괜히 반갑기까지 했다.
아침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해 자리에 앉았는데,
그때까지 무심히 지나쳤던 커피 컵 뚜껑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뚜껑은 사람 얼굴처럼 디자인되어 있었다.
동그란 두 눈과 오뚝한 코, 그리고 한자의 ‘입구(口)’를 닮은 네모난 입까지—영락없는 사람 얼굴이었다.
순간 이상한 깨달음이 밀려왔다.
나는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그 얼굴과 입을 맞추며 살아왔던 것이다.
컵 뚜껑을 디자인한 사람의 장난기 어린 의도를 알아차리는 순간,
내 입가에서는 웃음이 요실금처럼 줄줄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사람 얼굴이 거기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나니,
맥도널드 커피를 마실 때마다 뜨거운 입맞춤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날 아침 우리는 다시 한 번 Badlands를 지나 캘거리로 향했다.
차 안으로 스며드는 햇살과 입안으로 흘러드는 따뜻한 커피 사이에서,
나는 이유 없이 조금 들뜨고 조금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지금도 Badlands를 떠올리면 장엄한 협곡과 황량한 풍경보다
이상하게도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그 뜨거운 입맞춤이다.
그리고 그 기억 끝에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것을
아마 아무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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