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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산골생활 - 일편단심 민들레

 

산골생활 – 일편단심 민들레

내가 사는 이곳에도 마침내 봄이 왔다.

불과 이주 전만 해도, 아니 지난주 새벽까지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곤 했지만
이 깊은 산골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나뭇잎이 돋아나기 시작하고, 그 푸름은 날마다 짙어간다.
내 머릿속의 어지러운 생각들처럼 산자락에 남아 있던 희끗희끗한 잔설도 어느새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생명의 초록이 조용히 채워간다.

산은 여러 빛깔의 초록으로 몸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우리 집 넓은 뜰의 잔디 또한 서서히 푸르러지고,
그 사이사이로 민들레 꽃들이 고개를 내민다.

초록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민들레와 유채꽃은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꽃이다.

예전 살던 동네에서는 잔디밭에 민들레가 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제초제를 뿌려 그 생명의 번짐을 억지로 막곤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다르다.
맑은 날이면 마을 입구의 목초지뿐 아니라 길가와 잔디밭까지
민들레는 제 삶을 다해 피어나고,
그 풍경은 바라보는 내 마음을 한없이 환하게 한다.

특히 햇살 좋은 아침, 데크로 나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면
나를 향해 미소 짓는 듯한 수많은 민들레의 청초한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한동안 그들과 조용히 사랑에 빠진다.

그 모든 꽃들이 일편단심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나는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한 행복에 잠기곤 했다.


오늘 아침에는 비가 내린다.

빗소리를 듣기 위해 데크 문을 열고 나서
나는 습관처럼 잔디밭을 바라보았다.

어제까지 선명한 노란 웃음을 짓고 있던 민들레들은
모두 고개를 접은 채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 순간의 허전함이란, 마치 사랑하는 이가 등을 돌린 듯한 쓸쓸함이었다.

그렇구나.

민들레는 나를 향해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향해 몸을 여는 것이었다.

문득 이것이야말로 작은 실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민들레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이 나를 바라보고 웃는다고 믿었던 것은
처음부터 내 마음이 만들어낸 조용한 오해였던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내 뒤편, 하늘의 해를 향해 서 있었던 것이다.

삶에서도 사람 사이에서도
이런 착각과 오해는 얼마나 자주, 그리고 조용히 일어나는가.

그러나 비록 그들이 나를 위한 미소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햇살 좋은 아침이면 나는 다시 그들을 바라볼 것이다.
그들의 미소는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유치환의 시 「행복」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랑하는 것은 /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

그래,
너희의 시선이 일편단심 해를 향해 있다 해도
내 마음은 이미 너희에게 머물러 있다.

그리고 언젠가 이 산골에도 또 다른 계절이 찾아와
너희와의 짧은 이별이 다가오겠지만,

그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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