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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막내아들의 꿈의 부메랑

막내아들의 꿈의 부메랑

지난 주말, 막내아들이 있는 Virginia Beach에 다녀왔다.
올해부터 Naval School of Music에서 지휘 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막내아들 민기(Tony)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달 뒤, 해병대에 입대했다.
민기는 어릴 적부터 음악에 소질이 있었다.
서너 살 때부터,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거의 빠짐없이 따라 불렀다.

처음엔 그저 그러려니 여겼다.
그런데 민기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뉴저지 전체 밴드나 오케스트라에서

바순이라는 악기 분야에서는 늘 첫째 자리를 차지하였다.
피아노나 첼로도 배웠는데,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그런데 문제라면 문제가 하나 있었다.
공부는 물론 악기 연습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듯 보였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한 그의 모습에,

나의 걱정은 점점 깊어졌다.

그런 막내아들을 위해 철벽을 치는 이가 있었다.

바로 아내였다.
민기는 범상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집 다른 아이보다도 크게 될 인물이라고,

아내는 막내아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었다.
무언가 호된 가르침을 주어야겠다는 나의 의지는

번번이 아내의 철벽 앞에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런데 민기에게 장래 희망이 생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어느 해, 뉴저지 전 고등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바순 1등을 차지한 민기가, 

연 주회에 앞서 실시된 합숙 연습 중 꿈을 갖게 된 것이다.
그 때 지휘자는 현직 해군 군악대의 지휘자였다.
민기는 그의 카리스마에 마음을 사로잡혔고,

그때부터 지휘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 민기는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합격해

전공 악기뿐 아니라 청음 등 다양한 음악 과정을 배우고 경험한 뒤, 성공적으로 졸업했다.
그러나 음대 진학 대신, 민기는 뜻밖에도 해병대에 지원했다.

해병대 기초훈련(Boot Camp)을 마친 후, 민기는 Naval School of Music에서 6개월간 바순을 배웠다.
이 기간 동안 민기는 색소폰도 독학으로 연습하여, 제법 수준 있는 연주자가 되었다.

 

음악학교를 마치고 배치된 부대에서 연주하며 몇 해를 보낸 뒤,

민기는 DI(훈련교관)에 지원했다.

민기는 자신을 훈육했던 DI의 카리스마에 깊이 매료되었던 것 같다.

그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던 것이다.
음악 연주는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낀 민기는,

활발히 몸을 쓰는 일에 몰두하며 DI 생활을 열심히 수행했다.
여러 해 동안 DI로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작년 말까지 DI를 교육하는 DI 학교에서 근무를 이어갔다.

 

그러나 민기가 원하던 미 서부 근무와 달리, 상

부의 명에 따라 지휘를 공부하라는 새로운 길이 주어졌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Virginia Beach에 있는 해군 음악학교에서

지휘자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싫든 좋든, 명령에 따라 민기는 한때의 꿈이었던 지휘자의 길로 들어섰다.

 

민기는 현재 학교에서 자신이 실력 면에서 제일 뒤처진다고 느낀다.
육군과 해군, 해병대에서 지휘를 공부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음대를 졸업하고,

학교나 사회에서 지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아들을 믿는다. 그의 음악적 재능과 능력을 믿는다.
피아노, 첼로, 바순, 색소폰 등을 다룰 줄 아는 민기의 능력,

줄리아드 예비학교에서 청음 A+를 받은 실력을 믿는다.

고등학교 때 떠났던 지휘자의 꿈이, 14~15년이 지난 지금,

부메랑처럼 돌아온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삶이란 참 알 수 없는 신비다.

미공개로 진행될 첫 번째 지휘곡으로 몇 나라의 국가가 선정되었는데,

민기는 대한민국의 애국가를 선택했다.
언젠가 민기가 지휘하는 음악회에서 마주할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한때 떠나간 듯했던 꿈이, 운명처럼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음을 느끼며,

나는 조용히 잠언의 한 구절을 묵상해본다.

"사람이 마음으로 제 길을 계획하여도 그 발걸음을 이끄시는 분은 주님이시다."

 

다음은 2012년에 민기에 대해서 썼던 글

https://hakseonkim1561.tistory.com/2015

 

줄리아드 졸업식에서 Violinist 사라 장과 함께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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