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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산골일기 - 한 걸음 한 걸음

산골일기 – 한 걸음 한 걸음

 

어제 아침, 눈발이 날렸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그 모습이
아직 겨울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에는 이르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아침 기온은 화씨 28도, 섭씨로는 영하 2도 남짓.
바람까지 더해지니 제법 매서웠다.

내가 살던 곳에는 이미 봄꽃이 만개해
‘울긋불긋 꽃대궐’이 되었을 텐데,
이곳 산골의 봄은 더디다.

아마도 이곳에서는
기다림과 느림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브런치를 마치고 동네 우체국으로 향했다.

우편물을 확인할 겸,
혹시 사람을 만나면 이곳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몸을 감쌌다.
고요한 공기가 실내에 내려앉아 있었다.

사서함을 열자 열쇠 소리를 들었는지
직원이 얼굴을 내밀었다.
첫날 만났던, 나와 또래로 보이던 사람이었다.

나는 이곳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이것저것 물었다.

도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화였다.

어느 집 앞에서는 냉장고를 내놓고 달걀을 판다는 이야기,
쓰레기를 버리는 방법,
난방 연료를 구할 수 있는 곳까지.

전화번호를 찾기 위해 낡은 전화번호부를 꺼내드는 모습에
괜히 미안해져 손사래를 쳤다.

우편물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나오며 생각했다.

이곳에는 없는 것이 많지만,
대신 다른 무언가가 있다.


집으로 돌아와 전날 사온 롤케이크를 들고
동네 어귀 언덕 위 집을 찾았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인터넷을 사용해야 해 도움을 받았던 집이었다.

문을 두드리자 알렉스—정확히는 알렉산드리아—가 나왔다.

나는 빌렸던 볼펜과 케이크를 내밀었다.

“이건 볼펜이고요, 이건… 조금 늦은 이자입니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알렉스는 전화번호를 물으며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그녀가 알려준 대로 서류를 챙겨
Middletown Town Hall로 향했다.

직원은 별다른 질문도 없이
차에 붙이는 스티커 하나를 건넸다.

그것만 있으면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고 했다.

내친김에 처리장까지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
우체국 위층에 산다는 June 할머니를 만났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가
30년을 떠나 살고,
다시 돌아와 5–6년째 살고 있다고 했다.

깊게 패인 주름 사이로
세월이 고스란히 흐르고 있었다.

할머니는 지나가는 차마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삶이란 또 무엇일까.

이곳에서 5년, 10년이 흐르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누군가를 위해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는 사람이 될까,
아니면 지나가는 이들에게 손을 흔드는 사람이 될까.


4월에 들어선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오늘 아침, 다시 눈이 내렸다.

새벽에 눈을 뜨고 창밖을 보니
세상은 온통 설국이었다.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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