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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늙다구리 찬가 - 그야말로 옛날식 식당에서

늙다구리 찬가 - 그야말로 옛날식 식당에서

이번 주 월요일부터 아내와 나는 장인 댁에 머무르고 있다.

먼저 Catskill 지역으로 집을 보러 다니기가  용이하고,

또 장모님 1주기를 맞아 미사와 추모 연도를 바치는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오늘 아침에는 Closter에 있는 'Red Maple'이라는 식당(Luncheonette)에서

장인어른과 아침과 점심을 겸한 식사를 했다.

아내가 친구와 함께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장인어른과 나도 자연스럽게 다른 테이블에서 브런치를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1993년도에 

Harrington Park롤 이사한 뒤 Red Maple에 들려서 식사를 한 적은

오늘 이전에 한 번도 없었다.

6 년 전인가 집을 팔고 Rockaway로 이사를 온 뒤에도

장인 장모님을 찾아뵙기 위해서,

그리고 친구들과의 만남을 위해서도 우리 집이 있던 이 지역을 꽤 자주 방문했다. 

그럴 때마다 Red Maple이 위치한 주변 식당을 빈번하게 이용했지만

정작 Red Maple은 브런치를 위한 장소로는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질 않았다.

Harrington Park에 살 때 아침에 출근하면서 매일 지나치기 했어도

Red Maple의 존재를 거의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오늘 아침 그곳에 간다는 말을 했을 때,

"아 맞아. 그런 곳이 있었지." 라며 아주 희미해서 자신 없고 흐릿한 그곳 존재의 기억을 끄집어내었다.

20 년 이상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서 Closter의 상가로 들어서는 입구에 자리한 Red Maple은

그만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소박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30 년 동안 변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다.

 

Red Maple은 그야말로 옛날식 식당이다.

우리 식구가 그 옆동네에 살기 시작했던 1993년부터

아마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종업원은 변했을지 모르지만 경영 방식이라든지,

메뉴나, 주 손님 층 등은 거의 변함이 없을 것 같다는 짐작을 했다.

물론 실내 장식도 그대로일 것 같다.

 

달걀을 부치고 베이컨을 굽는 주방장이나

서빙을 하는 두 명의 웨이트리스 모두 60 살에 근접했거나 넘어선 것 같았다.

나를 포함한 손님 역시 남자들의 머리는 하얗게 세거나, 머리카락이 거의 없는 상태다.

금전 등록기 역시 20 세기부터 사용하던 종류의 것이다.

요즈음 어느 업소에서나 사용하는 POS 시스템 도입은 아예 고려하지도 않거나,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두려운 까닭에서인지

웨이트리스는 옛날식 주문 용지에 주문 내용을 받아 적었다.

만약 이곳의 장소를 한국의 다방으로 옮겨 놓는다면

아마도 도라지 위스키를 팔 지도 모를 일이다.

 

손님들과 웨이트리스, 주방장은 서로 이름을 알고 지내는 것 같았다.

손님들끼리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웨이트리스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으면서 3-4분씩 할애를 하며 근황 토크를 했다.

 

나와 장인어른은 늘 그러하듯이 

'2 Eggs Over Easy'를 주문했다.

식사를 하는 도중 주방장이 달걀 프라이 두 개를 몸소 들고

우리가 앉은 테이블로 가지고 왔다.

달걀 프라이가 'Easy' 상태보다 조금 더 요리가 되었다고 하며

완벽한 상태의 달걀 프라이를 새로 만들어 온 것이었다.

원래의 달걀 프라이 중 하나가 조금 더 요리가 된 상태이긴 했어도

신경을 쓰고 자세히 살피지 않는 한 눈치를 챌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달걀 프라이를 다시 해 온 것이 

새로운 손님을 단골로 만들기 위한 옛날식 마케팅이라고 치부하고 싶지 않다.

그저 옛날식 정이 변하지 않고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라고 정말 진심으로 믿고 싶은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사라지고,

생각할 여유도 없이 변해가는 요즈음,

옛날식 정과 따뜻함은 여전히 그립고 아쉽다.

 Red Maple에서 35 년 동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옛날식으로 영업을 하는 찰리라는 이름의 주방장이

건강하게 자리뿐 아니라 아름다운 가치를 가진 정과 따뜻함도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 아침 식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는 냐 마음에

빨간 단풍잎 하나가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