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천천히, 좀 더 멀리
어제는 오랜만에 10 km 달리기를 했다.
작년 언제부터인가 더 이상 10 km나 half marathon 같은
장거리 달리기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70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 공연히 힘이 드는 달리기를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회의 때문이었다.
2년 전만 해도 가끔씩 10 km를 뛰었고
봄가을로 한 해 두 번 정도는 혼자 1/2 마라톤을 달렸다.
요즘도 5km 달리기는 일주일에 서너 차례 한다.
전혀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제법 땀도 나서 유산소 운동으로 5km 달리기는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제는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10 km를 달려보겠다는 마음을 내었다.
일단 천천히 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달리다 보면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기록에 욕심이 나서
무리를 할 때가 있다.
언젠가 둘째 Stella가
Prospect Park에서 열리는 5 km 달리기 대회에
아내와 나의 참가 신청을 했다.
달리기 대회는 두 번 째였다.
나는 얼떨결에 서에서 출발을 했다.
선두에는 아주 빠른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다.
처음에 그 선수들과 보조를 맞추다 보니 엄청난 무리를 했다.
더군다나 처음 반 마일 정도는 오르막이었다.
경험도 연습도 없었던 내가 반 마일을 뛰고 기진맥진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가쁜 쉼을 몰아쉬며 끝까지 달렸다.
나쁜 친구들에게 쫓기며 달리기를 잘하게 된 포레스트 컴프처럼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그날 나는 5km를 24분 01초에 뛰었다.
60대 남자 참가자 중 1 등을 해서 메달도 받았다.
그런데 그 달리기는 악몽과 같았다.
그래서 빨리 뛰고 멀리 뛰는 달리기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마을을 먹은 것이다.
그래서 어제 10 km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절대로 마일 당 9 분의 속도보다 빠르게 뛰지 않으려고
계속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며 뛰었다.
우리 집이 있는 116 스트릿에서 출발해서 보드워크가 끝나는 126 스트릿까지 갔다가
다시 방향을 돌려 보드워트의 다른 쪽 끝이 있는 9 스트릿까지 갔다.
거기서 다시 집 방향으로 뛰어서 14 스트릿에서 마감을 했다.
6.26 마일을 뛰었으니 10.07 킬로 미터를 뛴 것이다.
10km 평균 기록이 약 55 분 44초이고 1 킬로 미터 당 5 분 34초이다.
욕심을 버리고 호흡에 전혀 무리가 없이 달리다 보니
즐겁게 10 킬로 미터 달리기를 마칠 수 있었다.
의식적으로 빨리 뛰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조금 천천히 달리니
달리는 일 자체가 행복했다.
바다에도 눈길을 주고 주변 사람들과도 눈 맞춤을 할 수 있었다.
살아가는 일도 장거리 달리기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만 천천히 뛰면 더 멀리, 그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우리 삶이라는-----
집에 돌아올 때는 시간당 12 마일의 속도로 거의 걷는 속도로 뛰었다.
몸의 열이 식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욕조에 받아 놓고 목욕을 했다. 천천히 달린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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