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Snow Drop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15. 4. 7. 07:52


Snow Drop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중의 하나이다.

녹색 꽃대에 하얀 종이 매달린 것처럼 꽃이 핀다.

흰 색과 녹색의 대비는

내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준다.


Snow Drop은 꽃이름 그대로

눈 속에서 피어난다.

언 땅 속에서 눈물겹게 용트림을 했을 것이다.

하늘을 보기 위해서.


그러니 그여린 싹이

사춘기에 들어선 남자 아이의 코수염 돋아나듯 

땅을 비집고 나올 때면

기특하기도 하고 

그동안 차가운 땅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면

가여워지기까지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꽃을 사랑하는 연유는

그가 가슴에 품은

사랑의 정표 때문이다.

처음엔 흰 꽃잎에 덮여서 보이질 않다가

농익어 스스로 앞가슴을 풀어 헤치면

가슴에 간직한 녹색의 하트 무늬가 나타난다.


Snow Drop은 키가 작다.

내 손의 반 뼘이 좀 넘을 정도로 키가 작다.

그러니 비록 무리를 지어 피긴 하지만

언뜻 보면 작고 흰 꽃이 별 특색없이 피어난 거 같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Snow Drop은 자기의 내밀한 속살을

아무에게나 보여주질 않는다.

땅에 털썩 엎드려

자기와 눈 맞추는 이들에게만

내밀한 사랑의 징표를 보여준다.


그러니 Snow Drop이 녹색의 하트 무늬를 보일 때면

이미 겨울은 물러가고

온전히 봄이 되어 있을 때이다.


우리집 뜰에 처음으로 피어나

봄이 왔음을 알리는 Snow Drop과의 내밀한 사랑을 나누는 일은

봄에 내가 이 지상에서 누리는

열락이다.


그 기쁨을 위해 오늘도 이제 막 녹은 대지 위에

넙죽 엎드리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