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축구 사랑법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793
난 축구를 사랑합니다.
내가 잘 해서가 아니라
그냥 좋아하기에 사랑합니다.
축구를 잘 함으로써
팀에 기여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나이도 많습니다.
개인기량도 많이 떨어지고
반사신경도 둔하고 느립니다.
더군다나 체력이 떨어져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도 느릴 뿐 아니라
수비에 가담할 마음만 있을 뿐
몸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난 축구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함께 땀 흘리는
우리 동료들을 사랑합니다.
내 사랑하는 동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질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나이가 가장 많다 보니
나에 대해 많이 배려해 주고
오히려 동료들의 도움만 받으며 축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날도 많이 짧아져서 아침 여섯 시 반이라도
밖은 컴컴합니다.
간 밤에 비가 내리고
새벽까지도 구름이 걷히질 않은 까닭인지
오늘 아침은 유독 어두웠습니다.
그래도 운동장에 시간 맞추어 나갔습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고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밟는 마음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밤 새
아무도밟지 않은 잔디를
처음으로 밟는 설레임입니다.
그리고 설레임보다 더한 것은
아무도 없는 길을 가는 외로움입니다.
처음이라는 외로움은 누가 곁에 있어도
떨쳐버릴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런 외로움과 마주치기를
두려워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젠 나이가 먹어서
축구를 더 잘 할 수 있기는 틀렸습니다.
그렇지만 축구를 더 잘 할 수는 없어도
운동장에 제일 먼저 나가서
누군가가 느껴야 할 외로움을 대신 느끼는 일은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 먹어서 축구를 더 잘 할 수는 없어도
축구를,
그리고 같이 축구하는 동료를
더 사랑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축구를 제일 잘 하지는 못해도
제일 빨리 운동장에 도착하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삶이 늘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이제는 축구를 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할 때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으로 하는 축구,
이것이 나이 든 내가
이제서야 깨닫게된
축구를 사랑하는,
그리고 동료를 사랑하는
사랑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