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 축구 사랑법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793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14. 9. 22. 09:50


 

 

난 축구를 사랑합니다.

 

내가 잘 해서가 아니라

그냥 좋아하기에 사랑합니다.

축구를 잘 함으로써

팀에 기여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나이도 많습니다.

개인기량도 많이 떨어지고

반사신경도 둔하고 느립니다.

더군다나 체력이 떨어져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도 느릴 뿐 아니라

수비에 가담할 마음만 있을 뿐

몸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난 축구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함께 땀 흘리는

우리 동료들을 사랑합니다.

 

내 사랑하는 동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질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나이가 가장 많다 보니

나에 대해 많이 배려해 주고

오히려 동료들의 도움만 받으며 축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날도 많이 짧아져서 아침 여섯 시 반이라도

밖은 컴컴합니다.

간 밤에 비가 내리고

새벽까지도 구름이 걷히질 않은 까닭인지

오늘 아침은 유독 어두웠습니다.

 

그래도 운동장에 시간 맞추어 나갔습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고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밟는 마음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밤 새

아무도밟지 않은 잔디를

처음으로 밟는 설레임입니다.

 

그리고 설레임보다 더한 것은

아무도 없는 길을 가는 외로움입니다.


처음이라는 외로움은 누가 곁에 있어도

떨쳐버릴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런 외로움과 마주치기를

두려워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젠 나이가 먹어서

축구를 더 잘 할 수 있기는 틀렸습니다.

그렇지만 축구를 더 잘 할 수는 없어도

운동장에 제일 먼저 나가서

누군가가 느껴야 할 외로움을 대신 느끼는 일은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 먹어서 축구를 더 잘 할 수는 없어도

축구를,

 그리고 같이 축구하는 동료를

더 사랑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축구를 제일 잘 하지는 못해도

제일 빨리 운동장에 도착하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삶이 늘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이제는 축구를 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할 때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으로 하는 축구,

 

이것이  나이 든 내가 

이제서야 깨닫게된

 축구를 사랑하는,

그리고 동료를 사랑하는

사랑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