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점심 수랏상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14. 9. 16. 03:03
일요일 점심 밥상이다.
우리 밭에서 딴 고추, 깻잎, 토마토, 무, 오이
그리고 우리 텃밭의 소출이 아니긴 하지만
상추와 아보카도, 총각김치.
요사이 즐겨 먹는 호박잎이 빠지긴 했어도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게다가 우리 밭에서 난 건 다 유기농이니
이보다 더 신선하고 안전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건 완전 임금님 수랏상 수준이이라고 할 수 밖엔..
앞으로 지금 하던 일을 접고 은퇴를 한 후엔
농사를 지을 생각이다.
여름엔 다른 것 필요 없이
밭에서 나오는 야채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으니
큰 돈이 들지 안을 것이다.
게다가 노동을 하고 그 소출을 얻는 기쁨은
농사를 지어본 사람만이 안다.
또 한 가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는
훈련이 자동으로 되는 것은
부수확이다.
허리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는 일.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는 연습을 할 수 있으니
내 영혼을 위해서도
이보다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심은대로 거두는
자연의 법칙을 배우고 익히며
내 명줄 다하는 데까지 가다보면
제법 흙처럼 겸손하고 낮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만이
임금님의 수랏상을 받을 자격이 있을 것이다.
새삼 한 끼 식사를 하는 것이
성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