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일 오후 08:35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아내는 집에 초대한 꼬마 손님이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그 꼬마는 아내의 초등학교 선생님의 손자로 선생님과 우리 집에 한 번 다녀간 적이 있다.
그 꼬마는 우리집 강아지들을 너무 좋아해서 한국에 돌아가서도 우리집(강아지들)을 늘 그리워하던 차였다.
내일도 비가 내린다면 처남네 집에서 수영을 하며 하루를 보내려던 계획이 그야말로 비에 씼겨 사라질 것이기에
아내가 걱정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아내의 걱정을 뒤로 한채 아파트를 나섰다.
가게문을 열고 문 밖을 보니 늘 그 시간에 우리 가게 처마밑에서 버터롤과 커피로 아침식사를 하는 히스패닉 부부가 눈에 띄었다.
우리 가게는 앞 면에 천막이 드리워져 있기에 비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길에서, 그것도 선 채로 아침 식사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처량해 보였다.
더군다나 길 건너 편에 있는 던킨 도넛에 가면 편히 앉아서 먹을 자리가 있긴 해도
이민자로서 우리 옆 가게의 델리에 비해서 가격이 서너 배는 더 비싼 던킨 도넛을 이용할 형편은 안 되 보였다.
남편은 콧수염을 기르고 키가 작았으며 아내는 작고 통통한 전형적인 멕시칸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평소에 길에서 빵을 먹는 모습이 그렇게 다정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늘 그 부부를 위해 마음 속으로 화살기도를 바치곤 했는데
오늘은 비가 오기에 우리 가게 안으로 초대를 했다.
의자 두 개를 내어 주며 앉아서 먹으라고 했더니 그렇게 고마와할 수 없었다.
나는 일을 하며 흘금흘금 그 부부를 훔쳐보았는데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평소보다 아침식사 시간이 길어졌다.
가게문을 나설 때 말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주저하지 말고 가게 안에 들어와서 빵을 먹으라고.
부부는 행복한 표정으로 일터로 향했다.
내가 돈을 내서 아침 식사를 산 것도 아니고
단지 마음 한 자락을 내어주었을 뿐인데
하루치 내가 누려야야 할 기쁨을 댓가로 얻었다.
인도에 가면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적선을 하면
오히려 적선한 사람이 좋은 업을 지었기에 고마워 해야한다는 식의 글을 여럽 번 접했다.
맞다, 그 부부들은 내 하루치의 기쁨과 행복을 위해
내게 온 하느님의 천사(손님)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