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향기 무성한 텃밭
올 3월에 집 주변의 나무 일곱그루를 베어냈다.
일곱 그루가 다 아름드리 큰 나무다.
그 중 두 그루는 우리집 텃밭 주위에 있었기에
그 나무들이 드리운 가지와 잎 때문에
텃밭엔 해가 잘 들지 않았다.
그래서 토마토 같은 나무는 잘 자라지도 않을 뿐 아니라
간혹 몇몇이 제법 잘 익었다 싶으면
여지 없이 사슴이나 토끼 같은 동물들이 와서 다 따먹었다.
죽 쑤어서 남 주는 꼴이 몇 해 반복되다 보니
자선 사업 하는 것도 아니고 그만 맥이 빠져서
텃밭 일구고 가꾸는 일을 5-6년을 거르게 되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올 봄에 큰 나무를 베어낸 김에
텃밭을 다시 만들었다.
텃밭 주위로 펜스도 쳤다.
아내는 열무 씨와
Beef Steak(보통 크기)토마토와 방울 토마토를 심었다.
깻잎도 모종을 구해다 심었다.
파는 씨를 뿌렸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이 주일 전인가 솎아낸 여린 열무와 깻잎,
그리고 상추를 썰어서
아주 싱싱한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맛도 맛이지만
먹을 때의 신선하고 상쾌한 느낌은
땅의 양분을 듬뿍 담은 채소를 통해
푸른 생명을 다시 얻는 것 같았다.
수확을 바라기엔 아직 이르긴 하지만
아이들이 몇 차례 방울 토마토를 따다가
파스타 소스를 만들 때 썼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는 축구 단원들끼리 모여
월드컵 결승을 보며 바베큐를 한다기에
우리 텃밭의 깻잎을 땄더니
한 뼘 만큼의 분량이 되었다.
사실 들어간 비용을 따지자면
그냥 사다 먹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힌다.
그런데 토마토가 열리고
녹색에서 빨간 색으로 토마토의 색이 변하는 것을
지켜 보기도 하고
다 익어서 수확을 하고 음식을 해서 먹는 재미는
아무리 비싼 값을 쳐 주어도 살 수가 없는 일이 아닌가.
올 해는 둘째 결혼이 있어서
밭을 일찍 시작하지 못해서 레파토리가
그리 다양하지 못한 게 아쉽긴 해도
나날이 푸르게 자라는 채소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기분에 젖곤 한다.
어제 축구를 마치고 집에 들어 오니
아내는 벌써 텃밭에 나와 있었다.
아내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건넨다.
"샤워 하기 전에 꽃 좀 심게 땅 좀 파 줄래요?"
아는 사람은 안다.
마님의 부탁= (거부할 수 없는)명령이란 것을.
그런데 텃밭 주위의 나무 탓인지 텃 밭 주위의 땅 밑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무 뿌리가 사방으로 널려 있다.
잔 뿌리도 있지만 어떤 건 엄지 손가락 두께보다
더한 것들도 많아서
땅 파는 일이 여간 힘이 들지 않는다.
축구하는 게 오히려 힘이 들지 않을 정도이다.
처음엔 서너 구덩이만 파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여기 저기 은닉해 두었던
꽃 화분이 나오는데
눈이 돌아가는 줄 알았다.
거의 스무 구덩이는 판 것 같았다.
아내는 큰 딸을 부르더니
샌드위치와 커피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텃밭 안에서
딸이 배달해준
아침식사를 했다.
"농부들의 새참 먹는 느낌이 아마 이렇겠지?"하며
새처럼 재잘거리기도 했다.
먹거리만 키우는 텃밭이 아니라
꽃과 또 꽃의 향기가 있는 우리의 텃밭.
거기선 채소 뿐 아니라
우리 부부의 사랑도 푸르고 향기롭게 커갈 것이다.
전에 썼던 텃밭 이야기 주소 :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204
텃밭의 전경이다.
펜스를 쳐서 동물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이런 꽃들을 텃 밭 주변에 심었다.
망초와 같이
원래쿠터 텃밭 주위에서 피는 토박이 풀꽃들도 있다.
도라지꽃도 있다.
깻잎
토마토.
방울 토마토는 몇군데
포도처럼 주렁주렁 열려서 익고 있다.
허브 가든의 향기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민트, 베이즐, 세이지 같은 허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