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을 생각함
마님을 생각함
마님이란 호칭은 내가 아내를 부를 때 쓰는 애칭이다.
마님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로, 지체 높으신 부인이라는 의미가 그 하나이다.
난 당연히 마당쇠로서 마님을 잘 모셔야 할 의무가 있다.
마님이 명령하신 것은 의문부호를 달지 않고 무조건 성심을 다해야 한다.
둘째로, 아내의 세례명이 마리아이니 그냥 줄여서 마님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는 신앙의 동반자의 의미를 갖는다.
셋째로, 마님은 My 님을 줄인 말이다.
그러니까 세속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내가 마님을 만나서 함께 산 것이
올 10월 30일이면 만 32년이 된다.
그 긴세월 동안 두번째와 세번 째 의미로서의 마님 대우는 그럭저럭 잘 해온 것 같다.
같은 신앙안에서 한 발씩을 서로 묶고 이인 삼각 경주를 하듯
마음 맞추고 뜻을 조절하며 여기까지 잘 온 것다.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실제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첫번 째 의미로서 마님 대우는 정말 낙젯점이다.
섬기기 보다는 섭김을 받길 더 좋아 한다.
'내가 너희를 사랑하듯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이 첫번째 마님의 의미로 내가 정했다.
나를 위하여, 우리 인간을 위하여
목숨을 내어 놓는 사랑을 마님께 바치겠다고
마음 속으로는 결심을 하고 다짐을 했다.
그러나 살아오면서
그 다짐은 늘 잊혀지거나
점점 희미해져 간다.
그러니 내가 마님이라고 아내를 부른다고 해도
사실은 내가 온전히 완성된 의미를 가지고 아내를 부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마님이라고 부를 땐 영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마님을 위해 내 목숨을 바칠 정도로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마님이 그런 사랑을 나에게 바치기를 은근히 바란다.
오늘 다시 마님을 생각한다.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는 나 자신을 반성하며
온전한 의미를 가지고
마님을 부를 수 있도록 결심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