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예찬
비빔밥 예찬
나는 비빔밥을 좋아한다.
비빔밥을 좋아하는 경지를 넘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맛도 맛이지만 밥 위에 여러가지 나물들이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다채로운 빛깔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한다.
그 위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썩썩 비비는 동안
주책 없이 입에 고이는 침은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다.
비벼진 비빔밥을 크게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면 내 입 안이 바로 천당인 것처럼 황홀해진다.
언론인 이규태 선생의 설명에 따르면,
비빔밥은 원래 제삿상에 올렸던 나물들을 커다란 양푼에 넣고 고루 비벼서
식구끼리 나누어 먹은 데서 그 유래를 찾았다.
같은 식구들이 나누어 먹는 공동체 음식이었던 것이다.
비빔밥을 나누어 먹으며 식구들 사이의 끈끈한 정과 사랑은 자연스럽게 다져지고 자라났을 것이다.
내가 속한 구역에서도 구역 모임이 있는 날이면 비빔밥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한 가정에서 한 가지씩 나물을 준비했다.
여러가지 준비할 필요가 없으니 그다지 부산스럽지 않았다.
각 가정에서 한 가지 나물만 준비했음에도 그 나물들이 식탁에 올려지면 그렇게 풍성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마술 같았다.
한 가지 나물만 준비했음에도
여러 가지 나물이 어우러진 다양한 비빔밥을 맛 볼 수 있다는 것은
마치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이신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았다.
나물 한 가지만을 내어 놓았음에도 내게 돌아오는 것은 완성된 비빔밥이었으니
그것이 나눔의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눔의 기적은 성경을 읽고 묵상한 후 말씀을 나눌 때도 마찬가지로 일어났다.
나는 내가 느낀 것 한 가지를 나누었는데
모임이 끝날 때면 다른 사람들이 나눈 몫까지 다 챙겨서 내게 돌아왔다.
그것은 마치 퍼즐 맞추기와 같았다.
자기가 가진 한 조각의 퍼즐을 내어 놓아서 완성시겼을 때의
그 뿌듯함과 환희는 세상에서 맞볼 수 있는 행복의 하나일 것이었다.
성령을 체험한 초대교회 사람들은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며 기도하기에 열심이었다고 하는데,
비빔밥을 나누어 먹으며 기도하고 말씀을 나누는 우리의 구역 모임의 열성 또한 그에 못지 않았을 것 같다.
나는 늘 우리의 비빔밥이 이천 년 전 이스라엘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보다 훨씬 맛이 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조심스레 우겨보는데,
그 까닭은 수많은 외국 사람들도 비빔밥을 알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음식을 함께 먹었다고만 기술되어 있지 구체적인 음식 이름도 나오지 않고,
더군다나 맛있게 먹었다는 말이 없는 것도 내가 비빔밥이 이스라엘 음식보다 맛에 있어서 훨씬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근거이다.
우리가 비빔밥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맛나게 먹는 걸 보면서,
하늘나라에 있는 초대교회 신자들도 모르긴 몰라도 입맛 깨나 다셨을 것 같다.
우리 민족의 비빔밥 덕분에 초대 교회 신자들에 기죽지 않고 신명나게 그리고 맛나게 구역 모임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이렇게 외친차고 무어라 흉잡지 말았으면 한다.
‘비빔밥 만세, 만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