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내 탓입니다.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14. 4. 25. 03:25
+ 주님의 평화
늦었지만 완연히 봄입니다.
봄이 와서 여기 저기 꽃들이 순서도 없이 피어납니다.
적어도 추위는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완벽하게 봄이 온 줄 알았는데
지난 주엔 며칠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서
집 밖으로 내어 놓은 화초 몇이 그만 얼어버렸습니다.
제라늄은 빨간 꽃잎이며
푸른 이파리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떨어져
더러는 화분 안 쪽에
더러는 땅에 널부러졌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군자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윤기 잘잘 흐르던 탐스런 푸른 잎들이며
주황색 꽃들이
자신의 고운 빛을 잃고
흉칙하게 변해 버렸습니다.
내 마음대로 봄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을 턱 내려 놓은 까닭입니다.
어젠 ' 참 소중한 당신' 6월호에 실을 사진을 찾아 정리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습니다.
사진을 찾으려고 외장 하드 디스크에 컴퓨터를 연결해서
작업을 시작하려는데
무슨 까닭인지 작동이 되질 않습니다.
속단을 하긴 이르지만
그 안의 자료를 다 잃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에게 보냈는데 좀 기다려 보아야겠지요.
혹시 몰라서
부족하긴 해도
flickr에 있는 사진 몇을 받아서 보냅니다.
file 크기가 작아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준비하지 않고
마음 줄을 턱 놓고 있는 정신자세가 이런 사고를 부릅니다.
세월호 사고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저마다 손가락이 향할 목표를 찾기에 부산합니다.
준비하지 않고 마음을 터억 내려 놓고 사는
나도 그 손가락이 가르켜야 할 목표 중 하나입니다.
세월호 사고는 한국 국민의 의식 수준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아픈 위기의 시간 속에서도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과 사랑이 피어나는 걸 보며
희망이라는 걸 다시금 굳게 믿게 됩니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나로부터 시작되는
'내 탓이요'라는 자성의 마음들이
물무늬처럼 번져나갈 수 있는 것도 바로 지금입니다.
모든 사람이 겪고 있는 아픔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축복일 수도 있습니다.
고통과 절망이
영광과 희망으로 바뀌는
사순과 부활의 시기에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곰씹어 봅니다.
고통과 절망이
위로와 희망과 기쁨으로 변할수 있는
이 거룩한 역설이야말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고통과 죽음으로
우리에게 남겨 주신 선물입니다.
전 새벽에 홀로 일어나 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가장 좋은 일이라는 믿음을 갖고서 말입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얼마나 큰 것인지 희셍된 영혼들은 알 것입니다.
사고로 고통을 겪은 희생자들이 부디 평안한 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내 탓입니다.
김학선 요한 드림
PS : 혹시 오늘 내일 중에 하드 디스크가 온전하게 돌아 온다면 다시 찾고 정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