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춘래불사춘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14. 3. 10. 04:08

춘래불사춘

 

봄이 영 아니 올 줄 알았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올 겨울.

모든 것이 얼어 붙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밤새 내려간 기온 때문에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의 표면이 얼었다.

밟으면 눈이 깨지며 발이 눈 속으로

푹푹 가라 앉았다.

축구를 포기해야만 했다.

3월도 1/3 이나 지났는데도 도대체 봄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봄이 오기는 오는 것인지 조바심이 났다.

 

50보다는 60이 훨씬 더 가까운 삶을 살았고,

그 만큼의 겨울을 맞고 또 그 만큼의

봄을 맞이했으면

이젠 듬직하게 기다릴 줄 알면 좋으련만

아직도 마음을 채근하는 걸 보면

나이만 먹어가지

나이테 하나 올골차게 만들지 못한

세월을 산 것 같다.

 

봄을 맞는 내 태도는 늘 이런 식이다.

다른 계절이야 그리 조바심을 하며

기다리질 않는데

유난히 봄을 기다리는 마음만은 조금하기만 한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봄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부리는 마술.

 

봄이 온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내 평생 봄을 제대로 만나기나 한 것인지------

올 봄도 또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렇게 봄을 맞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그런 몽롱한 시간 속에

어느새 봄날은 또 갈 것이다.

 

계절을 맞고 또 보내는 일,

세월을 살아가는 일,

이 모든 것이 다 아지랑이처럼

몽롱하기만 하다.

 

봄이 온 것인지---------

 

 

 

 

우리집 뒷 뜰

아직도 눈은 무릎 반까지 쌓여 있다.

겨울의 흔적이

아직도 뚜렷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살랑이는 나뭇가지에

불그스름한 나무 꽃이 피었다.

홍역처럼 열꽃이 피어날 것이다.

 

비록 땅 위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더라도-----

 

 

 

앞뜰에는 눈 녹은 자리에

snow drop이 고개를 내밀었다.

푸릇푸릇 초록색 잎과 줄기에

눈처럼 흰 순백의 꽃이 피어난다.

 

 

 

 

 

사춘기 소년의

코밑에 거뭇거뭇 수염이 돋아나듯,

그렇게 파란 싹이 군데 군데 돋아났다.

봄이 온 것이다.

 

 

잔디밭 가장자리엔

아직도 눈이 높이 쌓여 있다.

그래도 빈 자리부터

봄은 슬금슬금 발을 딛고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아니 벌써 우리 곁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