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닦기
유리창 닦기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대서양의 일출
지난주부터 계속 흐리고 비가 오더니
오늘 아침부터는 날씨가 말끔하게 개었다.
맑고 아름다운 날씨는 하루 종일 계속되었고,
이번 주 내내 맑을 것이라고 한다.
아침에 Barry와 3 마일을 뛰고 집에 돌아와
간단하게 브런치를 먹고 8층 라운지에 올라가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마저 읽었다.
그리고 미루고 미루었던 유리창을 닦았다.
좋은 날씨가 계속된다는 일기예보는 기쁜 마음으로
유리창 닦는 일을 하도록 내 등을 떠밀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유리창을 닦았는데
그동안 눈과 비 때문에 얼룩이 많이 묻어 있었다.
우리 집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방 두 개 사이 가운데에 거실이 있다.
방 두 개는 거의 3분의 2가 유리창으로 되어 있고
거실은 동쪽을 향해 유리창이 나 있다.
이렇게 유리창이 거의 집 한 면을 차지하고 있으니
난 동안은 집안이 환하다.
그런데 햇살이 드나드는 창문에 얼룩이 생기면
그만큼 눈에 잘 띄어서 여간 눈에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창문을 닦는 일은 그리 힘이 들지 않는 단순 노동에 속한다.
아무리 집안일에 젬병이고 손재주가 없는 나이지만
유리창 닦는 솜씨는 제법이라
잠시 동안의 노동으로 아내의 햇살 같은 칭찬을 듬뿍 받을 수 있어서
기회가 생기면 유리창을 닦는 일은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된다.
먼저 플라스틱 용기에 따뜻한 물을 담고
거기에 주방 세제를 조금 섞어서
초벌 유리창 닦이를 한다.
이 과정에서 기름기와 먼지를 제거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면 비눗물의 얼룩이 부분 부분 유리창에 남게 된다.
그리고 다시 미지근한 물로 유리창을 닦아주면
유리창도 깨끗해지고
내 마음도 환해진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에
과천에 있는 한 여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허허벌판에 주공 아파트 단지 건설이 한창일 때였다.
과천 성당이 학교 주변에 천막을 치고 미사를 드리던 시절이었다.
관악산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에 있었던 학교에서
여고 2 학년 담임을 할 때
나는 토요일마다 일과가 끝나고 홀로 남아서
교실 유리창을 닦았다.
경험이 없는 초짜였지만 마음만은 선생이라는 단어에 가장 가까웠었다.
그때도 교실 한쪽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 당시 과천,
그것도 관악산 바로 밑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눈이 시리게 푸르렀다.
아이들이 정말 투명하게 그 푸른 하늘을 보게 해주고 싶었다.
나의 노력과 시간으로
순수한 아이들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나는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아주 소박한 믿음을 가졌던 시절이었다.
그 학교에 대한 어두운 기억도 있지만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던
가을 하늘의 기억은 지금도 나를 투명하게 푸른색으로 물을 들인다.
오늘 유리창을 닦고 나서
안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참 맑았다.
내일 아침엔 수평선 부근의 하늘이 더 붉을 것이다.
그리고 아침 해 살은 더 투병하고 밝게
우리 집 실내로 쏟아져 들어올 것 같다.
Window Cleaning
The weather has been cloudy with rain since last week, but this morning it cleared up immaculately. The clear and beautiful weather continued throughout the day, and it's forecasted to stay clear all week.
In the morning, I went for a 3-mile run with Barry and returned home to have a simple brunch. Then, I went up to the 8th-floor lounge and finished reading the novel "Farewell" by Han Kang, which I started yesterday.
Afterward, I finally got around to cleaning the windows, which I had been putting off. With the cheerful anticipation of continued good weather, I pushed myself to do the task. It was the first time I cleaned the windows this year, and they were quite dirty from snow and rain.
Our house faces east, with a living room situated between two rooms. Almost two-thirds of each room consists of glass windows, and there's a large glass window facing east in the living room. With glass windows covering almost one side of the house, the interior is bright during the day.
However, when stains appear on the sunlit windows, they become quite noticeable and bothersome.
Window cleaning falls into the category of simple labor that doesn't require much effort. Despite being clumsy with household chores and lacking skills, I'm fairly proficient at cleaning windows. Knowing that I'll receive compliments akin to sunshine from my wife for a brief moment of labor, I'm happy to do the task whenever the opportunity arises.
First, I filled a plastic container with warm water and added a bit of kitchen detergent to make a cleaning solution. I used this solution for the initial cleaning to remove grease and dust. However, if I stopped there, there would be soapy streaks left on the windows.
Then, I rinsed the windows again with lukewarm water to make them clean and my heart bright.
After graduating from college and completing my military service, I once taught at a high school in Gwacheon. It was during the heyday of apartment construction in Jukjeon New Town. The Gwacheon Cathedral used to set up tents around the school and hold mass.
When I was teaching as a homeroom teacher for second-year high school students, I used to stay alone after school every Saturday to clean the classroom windows. Although I was a novice with no experience, I felt closest to the word "teacher" in my heart. At that time, one side of the classroom was entirely made of glass.
I can't remember now, but back then, the sky in Gwacheon, especially from under the shadow of Mt. Gwanak, seemed painfully blue.
I wanted the children to see that clear blue sky transparently. In those days, I had a very modest belief that if pure children could see the blue sky through my efforts and time, I could be happy.
Despite the dark memories associated with that school, the memory of looking at the autumn sky through transparent windows still washes over me with a transparent blue color.
After cleaning the windows today, I looked at the sky from inside. It was truly clear. Tomorrow morning, the sky near the horizon will be even redder. And the morning sun will shine even more brightly into our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