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
아침산책
아침 바닷가를 산책하는 일이 조금씩 꺼려지기 시작하는 것은
날이 본격적으로 더워지면서부터이다.
집이 바닷가에 있다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다를 눈과 마음속에 담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요즈음은 새벽에 바닷가에 나가기가 영 께름칙하다.
전 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 왔느냐에 따라서
모래밭의 풍경이 사뭇 달라진다.
여름을 빼고 봄, 가을 겨울은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모래밭이 그리 지저분하지 않다.
그런데 여름철에는 바닷가 모래밭에
사람들이 버리고 간 온갖 쓰레기가 널려 있다.
온갖 종류의 술과 음료수 병과 캔, 그리고 음식 찌꺼기까지
생각하기도 싫은 쓰레기가 모래밭을 점령하고 있다.
쓰레기를 보면 속도 상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물론 시에서 커다란 쇠갈퀴가 달린 트럭으로 청소를 하지만
바닷물이 닿는 곳은 아무래도 청소하기사 쉽지 않다.
바닷가를 걸을 때면
눈에 띄는 병이나 캔, 플라스틱 봉지,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것들을 주워 청소차량이
작업할 수 있는 모래밭으로 옮겨 놓느라
때로는 산책을 위해서 바닷가에 왔는지
아니면 청소를 하기 위해 왔는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
아무리 바다가 넓다 한들
이런 식으로 쓰레기를 버리면
우리 손주들이 어른에 되어 바다를 찾을 때
여전히 깨끗한 바닷물에 몸을 담글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사랑은 현재 내 주위의 사람들뿐 아니라
미래의 후손들과도 나누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바닷가에 내가 이사 와서 경험했던 여름날 중
제일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 온 것 같다.
내일 아침 바닷가의 풍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토요일 저녁을 맞는 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럼에도 나는 내일 아침 산책을 나가야 할 것 같다.
우리 손주들을 위해서
그리고 미래의 후손과 이웃들을 위해
다만 몇 개의 쓰레기라도 주워야 할 것 같다.
내일 아침엔 바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