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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정원에서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3. 5. 29. 06:57

오월의 정원에서

 

내가 요즈음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대략 아침 다섯 시  즈음이다.

침실을 가린 반투명의 블라인드 윗부분이 주황색으로 흐릿하게 물드는 시간이다.

어디 갈 데도 없으면서 용하게도 그 시간이면 눈이 떠진다.

거실로 나와 다시 베란다 문을 연다.

JFK 공항에서 시작되는 지평선과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대서양의 수평선이

아직 그 너머에 있는 해의 빛을 받아 

오늘 아침은 파스텔 톤으로 부드러운 핑크빛이 번졌다.

 

그리고 파도 소리가 따라온다.

그래서 여명의 하늘의 OST는 파도가 들려주는 음악이다.

 

아내는 그 때부터 베란다 한쪽에 만든 정원에 파묻혀

아침 시간을 보낸다.

 

"아이 예뻐라."

"아, 너무 예쁘다."

 

아내의 감탄사는 마치 도돌이표가 있는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파도소리와 함께 아내의 정원을 채운다.

 

아, 혹시 저 꽃들은 

아내의 입에서 나오는 예쁘다는 말이

꽃대에서 피어난 것은 아닐까?

 

꽃밭 안에서 '아이 예뻐라"를 무한 반복하는

아내는 자기가 꽃인 걸 알고는 있을까?

 

아주아주 게으른 5월의 햇살이

아내의 정원을 밝게 비추는

5월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