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금의 무게,사랑의 무게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3. 5. 14. 10:13

금의 무게,사랑의 무게

목요일에 부루클린의 도미노 파크에서 시작해서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건너

하이라인까지 걸었다.

 

윌리엄스버그 다리는

온갖 색으로 쓰이고 그려진 그림과 낙서로

빈 틈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수많은 낙서 중

눈에 끌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Love is Gold."

사랑은 금이라는 아주 평범한 은유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그저 그렇고 평범한 구절이

왜 그렇게 내 마음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부루클린에서 시작해

다리가 끝나고 맨해튼으로 이어지는 곳에

전당포가 몇 개 있었다.

 

그중 전당포 한 곳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We buy gold."

 

전당포에서 금을 산다는 말인데

나는 전당포에 적혀 있던 사랑(LOVE)이라는 

단어로 읽었다.

 

만약 내 금(사랑)을 급하게 팔아야 한다면

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

 

내가 육십 년이 넘는 삶을 살면서

모아 놓은 금의 순도는 18k일까, 아니면 순금일까?

그리고 팔 수 있는 금(사랑)이 있다면

그 무게는 얼마나 될까?

팔 수 있는 금이라는 게 내 손에 있기는 한 걸까?

 

나는 전당포 앞을 지나며

자꾸 고개가 밑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이라인으로 가는 길에 

브로드웨이와 10 스트릿에 있는

Grace 성공회 회당에서

바흐의 파이프 오르간 곡 연주를 들었다.

 

회당을 나오며

지금까지는 번쩍이는 금을 모으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번쩍이는 금보다

더 무거운 사랑이라는 금을 쌓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하이 라인(HIGH LINE)에 올라보니

사람이 다니는 길 빼고는

푸른 풀과 아름다운 꽃들이

 아쉬움 없이 넘실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