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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동안의 마술쇼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3. 3. 25. 21:35
15분 동안의 마술쇼
바람이 세게 불고 비도 많이 올 거라고 했다.
어제저녁 아내가 그리 말했다.
아내가 날씨에 민감한 건
베란다에 내어 놓은 다육이 때문이다.
작은 화분에 담긴 다육이가 강한 바닷바람에 날려
심하게 부상을 당한 경험이 몇 번 있어서였다.
물론 화분도 박살이 났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직 비는 오지 않고
바람만 세게 불었다.
베란다로 나가 보니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내 뺨을 찬 손길로 훑고 지나갔다.
그런데 구름 사이를 뚫고 해 뜨는 곳 부근에
빨간빛이 출현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주 맑은 날의 햇빛과
구름 가득한 날의 햇빛은
그 온도와 채도가 다르다.
신비롭고 황홀한 붉음은
하늘의 구름을 물들였다.
해가 뜨는 반대편 하늘에는
무지개가 떴다.
해가 구름 속에 묻히고
50 Shades of Grey의 세상이 펼쳐졌다.
오늘은 회색빛 하늘을 보며
아침 15 분 동안 환상처럼 내 마음을 물들였던
붉은빛의 기억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낼 것이다.
해만 바라보면서
그 반대편의 무지개는 보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