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erty State Park 산책
Liberty State Park 산책
손주들 보고 돌아오는 길에
구글이 알려주는 방향 지시를 따르지 않고
'Liberty State Park' 사인이 나타나자 출구를 따라
가던 길에서 벗어났다.
일을 할 때는 늘 시간의 압박을 받아서
호기심은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지나치곤 했지만
이젠 백수의 특권을 누릴 수가 있게 되었으니
호기심의 실체와 만날 기회를 가졌다.
제법 여유로운 주차장에 차를 두고
강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흐렸던 하늘이 천천히 푸른색으로 변하고
기온도 조금씩 오르고 있어서
무심하게 봄나들이를 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자연을 보면 아직 봄의 낌새를 알아챌 수는 없어도
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몸짓과 표정에서
봄은 벌써 우리 사이에 슬그머니 존재를 들이민 것 같았다.
강변으로 나오니
자유의 여신상의 뒤태가 보였다.
강의 윤곽을 따라서 Boardwalk이 이어졌다.
Boardwalk 위에는 벤치가 넉넉하게 있어서
강물과 뉴저지 쪽과 맨해튼의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여유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앉아서 온전한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얼마를 걸어가니 Ellis Island가 가까이 보였다.
한 때는 이민자들의 통관 절차가 이루어지기도 했으며
전쟁 포로가 수감되기도 했던 곳이다.
따지고 보면 원주민(우리가 아메리칸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빼고는
미국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이 이민자, 혹은 이민자의 후손인 셈이니
Ellis Island의 상징성은 각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llis Island로 향하는 다리가 있는데
차량이 진입할 수 없도록
차단 장치가 있어서 확인된 차량만 출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맨해튼의 끝자락이 보이는 곳에 이르자
큰 건물이 나타났는데
그것은 예전에 있던 뉴저지의 기차 역사였다.
아직 역의 건물은 늠름하고 품위 있게 서 있는데
기차가 서 있던 트랙과 천정은
부서지고 망가져서 폐허가 되어 있었다.
역 앞에서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는데
겨울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역에서 몇 걸음을 더 가면
'Empty Sky'라는 9. 11 추모 기념물이 있다.
높이와 길이의 비율이
무너진 무역 센터와 같다고 하는데
건물 두 개가 나란히 모로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 사이의 길은 바로 무너진 무역 센터를 향하고 다고 한다.
뉴저지 주민으로서 그 당시 사망했던 피해자의 이름이 새겨진
조형물 사이를 걸으며 삶과 죽음의 길,
그리고 길에 대해 묵상을 했다.
옆으로 누운 조형물 안쪽으로
반사된 햇빛이 무지개처럼 걸렸다.
봄햇살이 따스했던 산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