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나들이 - MoMA(Museum of Modern Art)
뉴욕 나들이 - MoMA(Museum of Modern Art)
올 3 월이면 내가 미국에 온 지
숫자 하나 빠진 40 년이 된다.
거의 40 년이 되는 세월을 뉴욕에서 일을 했고
뉴욕과 뉴욕 근처에서 살았으니
내가 뉴요커라고 해도 누구도 시비를 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민자의 삶이 그러하듯이
나의 삶도 하루 중 스물네 시간 중 일하는 시간을 빼고는
덜어낼 여분의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뉴요커가 누릴 수 있는 많은 문화적 혜택의
그늘에서 먹고사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
그런데 퇴직을 하고 나니
하루라는 시간이 내 앞에 빈 여백으로 널려 있었다.
그 여백을 제법 알차고 아름답게 채우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뮤지엄 산책이다.
그런데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을 비롯해서
거의 40 여 곳의 박물관과 공원을 무료로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퀸즈와 브루클린, 그리고 맨해튼의 공립 도서관 회원권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Culture Pass'라고 하는데
장소마다 일 년에 한 번에 한정되지만
방문할 때 게스트 한 명도 함께 할 수 있으니
나 같은 문외한에게 예술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는
참 매력적이고 고마운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뉴욕 시에서만 거의 40 년을 일을 했고
더욱이 30 년 넘게 세탁소를 하면서
세금도 제법 많이 내었으니,
무료로 그런 기회를 누린다는 미안한 마음은 거두었다.
게다가 나는 백수가 아닌가.
그렇게 나의 첫 뮤지엄 탐사가 시작되었고
그 첫 행선지로 NoMA를 점찍었다.
전철을 네 번을 타고 도착한
5 애비뉴와 53 스트릿의 지하철 역을 나서니
블로 중간에 MoMa의 간판이 고개를 살짝 내밀고 내게 손짓을 했다.
뮤지엄 입장을 위해서
제일 먼저 메고 간 가방 옆구리에 담겨 있던
물병의 물을 쏟아버려야 했다.
그리고 가방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한 뒤
나의 입장이 허락되었다.
Box Office에서 전화기에 저장되어 있는
바코드를 보여주고 입장 티킷을 받았다.
입장 티킷은 앞면의 윗 쪽 1/4은 노란색인데
영어로 'Welcome'이라고 인쇄되어 있었고
아래쪽으로 3/4은 핑크빛에 검은색으로
한국어를 비롯해 일본어와 한자,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독일어와 불어, 이탈리어 등으로
환영이라는 단어가 인쇄되어 있었는데
던킨 도너츠 로고의 색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곳에서 한글을 본다는 것은
남에게 들키지 않고 마음껏 뿌듯함을 누릴 수 있음을 뜻한다.
특별히 나같이 미국 생활의 테가 제법 두터운 사람들은
이런 나의 마음에 공감을 할 것 같다.
빅물관 탐사의 초짜인 나는
일단 눈에 익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을 법한
5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위에 헬리콥터 한 대가 매달려 있는데
실물인지 작품인지 의아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알 수도 있겠지만
그냥 심상(心象)으로만 저장해 놓았다.
눈에 익은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일단 반갑고 저항감이 없었다.
샤갈, 피카소, 칸딘스키, 몬드리안, 고갱, 폴 클레. 모네 등등----
특별히 샤갈의 'I and the Village'라는 작품은
반가운 친구를 만난 기분을 선사해 주었다.
연전에 프랑스의 'saint-paul de vence'라는 곳을 방문했을 때
샤갈의 무덤에 들린 적이 있기에
그의 작품을 만난 것은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화가들 중 고흐와 샤갈의 무덤을 찾아본 적이 있는데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고흐나 샤갈의 작품은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
만나지도 못했고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친구가 된 관계.
그리고 백남준의 작품 전시실에도 들렸는데
너무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뮤지엄에 전시된 작품 중에도
특별히 추상 작품은 내가 가까이 가기 힘들었다.
물론 내 소양 부족이고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흐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뮤지엄 산책을 계속할 것이다.
내가 한 발자국 가까이 가면
작품들도 마음을 열어줄 날이 올 것이다.
내가 가진 'Culture Pass'는 뮤지엄뿐 아니라
그곳에 전시된 작가의 마음까지 이를 수 있는 입장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품을 만지지 말아야 하는데 코가 반질반질하다.
관객들이 작품을 완성해 가는 듯.
내 그림자, 백남준 전시실에서
백남준 전시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