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젊다
1월의 날씨 치고는 별로 추운 줄 모르겠다.
어제 어침인가 아슬아슬하게 영하로 내려간 것 외에는
1월 중에 그리 추운 날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금요일부터 불기 시작한 바람은
춥지 않은 날씨 덕에
베란다 턱에 올려놓았던 아내의 다육이 화분 몇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서 산산조각을 내었다.
비록 에스프레소 잔 크기의 작은 화분이긴 했지만
그 정도로 매서운 바람은 지치지 않고 며칠을 내리 불었다.
기온으로만 보면 그리 춥지 않아야 하지만
바람이라는 변수가 가세한 바닷가는
어제 오후도 분명 겨울왕국이었다.
해가 뉘엿뉘였 기울기 시작했다.
1월 들어 해를 보는 것이 참 반갑고 생소하다.
비가 내리거나 날이 흐려서 마음마저 어두웠던
1월 초를 보내고 있어서
해를 보면 밖으로 나가는 것이 의무기 되었다.
그런데 바람이 무서웠다.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파도의 높이로 보아 무척 성이나 것처럼 보였다.
맑은 하늘에 기울어지는 햇살의 색은
아주 따뜻하게 느껴졌다.
바람이 몰아오는 추위에 대한 공포를
햇살의 따스한 느낌이주는 모르핀 효과로 이겨내고
바닷가로 향했다.
한겨울의 해는
낙하의 궤적이 짧고 급하다.
해가 지나보다 하고 하고
바닷가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이미 해는 수평선에 걸려 있기 마련이다.
달리고 달려서 겨우 수평선 너머로 달아나는
해를 만났다.
만나자 이별.
바람 부는 날
바닷가로 나가서
모래 위를 달리는 나를 보며
"나도 아직 젊다."
라고 되뇌었던
어.제 .저.녁.
햇살이 따스해 보였다.
굴뚝 꼭대기에
노루 꼬리만큼 해가 걸려 있다.
아내를 해변의 여인 모델로 삼아 한 컷.
파도, 바람.
방파제 너머로 해는 이미 넘어갔다.
참새만 한 작은 새들이 파도를 따라
잰걸음으로 바다로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먹이를 찾는 모양이다.
한 가지 빛인 것 같은데
잘게 나눠 보면 참 다양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