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들에게 뀌는 알랑방귀
사위들에게 뀌는 알랑방귀
1. 셋째 사위 Dan - 이력서가 필요해?
금요일에 셋째 딸 부부가 맨해튼으로 이사를 했다.
백수가 된 나는 날씨가 불순하다는 핑계로
며칠 동안 한 발도 건물 밖으로 내민 적이 없었다.
물론 근육 운동을 하느라 콘도 내의 gym까지
오르락 내리락을 했지만
바깥공기를 쐰 적이 없었다.
그래서 금요일에는 바깥공기도 쐬고 걷기도 하려고 작정을 했다.
셋째 딸이 이사하기로 한 아파트까지
전철도 타고 걷기도 하며 가보기로 한 것이다.
맨해튼 102 스트릿에 위치한 셋째 딸 부부의 아파트까지 가려면
전철을 갈아타야 했지만
아내와 나는 전철을 타기보다는 걷는 것을 선택했다.
콜럼버스 서클(59 스트릿)에서 내려
쎈트럴 파크 안으로 들어가서 걷기 시작해서
공원이 끝나는 110 스트릿까지 걸었다.
그리고 공원을 나와 브로드웨이를 따라 걸어서
셋째 딸 부부가 이사할 아파트까지 갔다.
마침 근처에 맥도널드가 있어서
점심도 먹을 겸, 아이들에게 전화도 할 겸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딸에게 전화를 했더니 이삿짐은 벌써 떠났고
자기는 전화를 받을 때 막 일을 마치고(재택근무)
새 아파트로 출발하려던 참이라고 말했다.
사위 Dan은 맨해튼 어디엔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Dan에게 전화를 했다.
Dan은 음향 장비를 맨해튼에 있는 웨어하우스로 옮기고
이삿짐이 새 아파트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오는 중이라고 했다.
셋째 사위는 전직 공인 회계사로서
대규모 회계법인 회사에 다니다가
적성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그 좋다는 직장을 나와서
오디오 기숙자로 변모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크고 작은 콘서트와 집회의 음향을 담당하는 일을 하기에
내가 은퇴하기 얼마 전에 은근한 청탁을 셋째 사위에게 넣은 적이 있었다.
좋은 콘서트가 있으면 나를 임시직으로 고용해 달라는 게
내 청탁의 전부였다.
물론 흔히 말하는 열정페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음향 장비 몇 개 나르는 시늉을 하고
공짜 콘서트를 관람하려는 게
내 속셈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내 앞에 펼쳐진 그 많은 시간을 채우는 데
콘서트만큼 알찬 게 또 있을까?
게다가 일정한 수입이 있을 리 없는 백수에게
공짜 콘서트 관람이란 삶에 윤기를 더해주는
아름다운 향기 나는 윤택제가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사위는 전화를 받은 지 10 여 분 후에 맥도널드에 도착했다.
예의 아름다운 미소를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는 Dan에게 제일 비싸고 맛있는 걸 주문하라고 호기를 부렸다.
Dan이 Chicken Nugget을 먹겠다고 해서
먼저 Dan을 새 아파트로 올려 보내고
나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중에 합류를 했다.
Dan이 chicken nugget을 먹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일자리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일자리라고는 하지만 사위 입장에서 보면
혹을 하나 목에 덧대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Dan은 즉시 일요일 아침에 맨해튼 어딘가에서 있을
콘서트에 오라고 했지만
일요일 아침에는 큰아들과 pickle Ball을 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아쉽지만 첫 출근(?)을 기약 없이 다음으로 미루어야만 했다.
구두로 입사(?)가 결정되기는 했지만
나는 장난스레 물었다.
"Do you need my resume?"(이력서가 필요해?)
물론 필요 없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Dan도 장난이라는 걸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알고 있었다.
나는 Dan에게 이렇게 말하려고 했다.
만약에 이력서가 필요하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려고 했다.
이력서에는 아무런 양력도 쓰지 않을 것이다.
사실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면
눈에 번쩍 띌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 사랑하는 딸이 Dan을 선택해서 남편으로 삼았으니
둘은 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나의 마음과 Dan의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러니 내 이력서에는 Dan의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루까 복음의 6 장 말씀을 인용하려고 했다.
"For every tree is known by its own fruit."(나무의 됨됨이는 그 열매로 알아본다.)
내가 나무라고 하면
딸과 함께 사위 Dan은 열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서로가 다르면서도
나에게 비정규직(내가 하고 싶을 때만 출근하는) 입사를 허락해 준
Dan에게 나는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You are my most beloved son-in law."(너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위야.)
그리고 공식적으로 '올해의 사위 상' 후보에
Dan의 이름을 올렸다고 선포를 했다.
'올해의 사위 상'이라는 이름은 있지만
실제로 받은 사위는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사위들에게 무언가 부탁을 할 때
이 상을 언급하며 사탕발림을 하는데
다행히 사위들은 알면서도
즐겁게 미끼를 물어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