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백수일기 - 뭐지, 이 껄끄로움은?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2. 12. 27. 23:38
백수일기 - 뭐지, 이 껄끄로움은?
막내아들이 짧은 외출을 나왔다.
아내와 나 둘이 있을 때는 간단히 아침을 먹었는데
아들이 집에 오니
아내는 뭔가 손이 하나라도 더 가는
아침을 준비하게 되는 것 같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내가 사 온 베이글과 함께
제법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하기 위해
아내의 손이 분주하다.
나는 아침준비를 하는데
별로 기여하는 바가 없으니
아내가 분부한 대로 베이글을 사 오는 임무만 완수하면 되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모래주머니 같은 게 발에 달렸는지
베이글 사러 가는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집에 있는 것으로
대충 아침을 때웠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들이 왔으니 뭔가 더 해줘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베이글을 사러
나가야 했다.
백수가 되기 전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정해진 시간에 집 문 밖으로 나왔고
그것에 대해 싫다 좋다 하는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밖으로 나가는 일은
때가 되면 밥을 먹는 일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백수가 되고 나니
당연히 밖에 나가는 일에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생각과 판단이 개입하게 되었다.
백수로 산다는 것이
그냥 호락호락한 일이 아님을,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 일임을
오늘 아침 깨달았다.
백수일지라도
정신줄은 놓지 말고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