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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etc. 아침산책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2. 12. 3. 13:51
아침에 첫눈이 올 거라고
어제저녁부터 아내는 들떠 있었다.
밤에 한 번 자다가 깨었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축구 경기를 보려다
그냥 잠이 들었는데 주변에서 환호소리가 들렸다.
그러려니 하고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다 보니
한국 축구 경기가 생각이 났다.
함성 소리로 보아
한국이 골을 넣었을 거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tv를 켜고 축구 경기가 끝날 때까지 경기를 보았다.
다시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눈을 떴다.
이미 아침이 되어 있었다.
커튼 밖 거리엔 눈이 희끗희끗 쌓여 있었다.
아내는 '런던 베이글'에 가서 베이글을 먹자고
나를 이끌었다.
베이글이 아무리 맛이 있어 봐야 베이글일 뿐이라는
시큰둥한 나의 반응에도
아내는 이미 겨울 코트까지 입고
나를 채근했다.
눈길을 걸었다.
런던 베이글이라는 곳에 가 보니
젊은이들이 문 밖에 득실대고 있었다.
대충 돌아가는 낌새를 보니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다 어찌어찌해서 입장을 하고
또 그 다음엔-----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경로 우대 순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말대로 베이글이 아무리 맛이 있어봐야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맛도 아닐 것 같아서
그냥 퇴각하고 산책을 했다.
재동, 가회동, 북촌.
골목마다, 길마다
어쩜 그렇게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 놓았는지.
오늘 아침은 발보다는
눈이 훨씬 부지런히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