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 산방산, 보리밥 정식
산방산도 우리 부부가 신혼여행 때 들렸던 곳이다.
40 년 전, 신혼여행 때 들렸던 곳을 찾는 마음에 별 감흥이 일지 않는다.
40 년이라는 시간이 긴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의 날이 무디어진 것인지.
산방산은 수리 때문인지 관람길이 막혀 있었다.
그 아래 절까지 가려면 또 입장료를 내야 했다.
그래서 절에 가려는 마음을 버렸다.
이렇게 버리는 마음이 부처의 마음에 수렴하는 거라고
스스로 쇠뇌를 했다.
절에는 여러 보살상이 있는데
'소원 하나를 성취할 수 있다'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이 문구 하나만으로도 절에 가지 않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산방산 아래 바다 주변에는 용머리 해안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파도가 높아서 입장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근처에는 하멜이 타고 왔던 배의 모형이 있었다.
근처에 호떡을 파는 곳이 있는데 역시 문이 닫혀 있었다.
바다 쪽으로 갔더니
거기엔 해녀들이 해산물을 파는 곳과
'커피가 맛있는'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쪽으로 맥없이 해가 졌다.
산방사 주차장에서 1km 거리에 있는
'보리타작'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은 장소를
이미 아내는 점심( ‘점찍을 점(點)’, ‘마음 심(心)’)을 해 놓은 상태였다.
황태 칼국수와 보리밥 정식이 우리의 저녁 메뉴였다.
일곱 가지 나물과 함께 튼실한 보리밥 상이 차려졌다.
정갈한 나물도 나물이지만
곁들여 나온 된장찌개의 맛은 그 깊이를 설명할 길이 없다.
황태와 마늘이 우러난 칼국수 국물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이 내 몸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산방산에 오르지 못하고 용머리 해안을 걷지 못한 섭섭함이
보리밥과 칼국수 때문에 사르르 녹아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밋밋할 수도 있었던
어제의 Honymoon 발자취 따르기는
황태 칼국수와 보리밥 정식이 아름답게
그 꼬리를 장식해 주었다.
제주의 검고 깊은 어둠이 우리를 감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