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제주살이 - 쓸데없는 이야기 1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2. 11. 12. 11:12

제주살이 - 쓸데없는 이야기 1

어제 산굼부리에 다녀왔다.

버스 시간을 잘 알지 못해서

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로 오는 버스를 거의 50 분 기다렸다.

빈 택시가 눈에 띄었지만

타자가 투수의 애매한 공을 치지 않고 참듯,

그렇게 택시를 잡는 유혹을 참아냈다.

 

시간이 철철 흘러넘쳤다. 

 

버스 정류장의 유리에 붙어 있는 광고를 스캔하다가

광고 하나를 발견했다.

 

제주말로 되어 있어서

처음엔 이해를 하지 못했다.

 

독서백편 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옛 말씀도 있듯이

시간이 넘쳐나는 백수에겐 몇 번 다시 볼 여유가 있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금연과 금주 광고인 것 같다.

 

'술 마실 돈 모아 가족 외식하고,

담배 살 값을 모아 가족여행 가자.'는 것으로 해석하면

대충 맞을 것 같다.

 

그런데 내 돈 주고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사는 일이 없는 나로서는

별로 큰 느낌이 와닿지 않는다.

다만 그런 돈을 따로 모으지 않고도 외식과 여행을 다니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 내 주머니에

모인 돈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렇게 여행도 다니며

외식도 자유롭게 하면서도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배부른 소리 한다고

욕먹을 것 같다.

 

괜히 쓸데없는 소리 한 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