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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밀려온다 살아봐야겠다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2. 7. 18. 07:04

파도가 밀려온다 살아봐야겠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의 한 구절이다.

 

대학 시절 나의 머리는 길었다.

바람이 불면

긴 머리는 나의 얼굴을 간질이곤 했다.

 

바람 때문에

나는 살아 있음을 자각했고,

바람 때문에 다시 살아감을 이어가려는

욕망을 마음 속에서 다지곤 했다.

 

바닷가로 이사온 후부터는

산책길에 가끔씩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파도가 밀려왔다 돌아가는 길에

내 발을 간지른다.

그리고 발 밑의 모래도 쓸어낸다.

 

몸이 중심을 잃는다.

 

먼 옛날에 바람이 그리 했듯이

파도가 밀려오면

나의 감각이 일제히 깨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일기에는 이렇게 썼다.

 

'파도가 밀려온다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