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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일기 - 더위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2. 7. 3. 10:56

습기 많고 무더운 하루였다.

아침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서 얼마 되지 않아

셔츠의 등 쪽이 땀으로 젖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브루클린은 몰라도

우리 집이 있는 곳은

비가 제법 내린 듯했다.

길이 젖어 있었고 군데군데 물 웅덩이가 생겼다.

베란다에도 비가 내린 흔적이 뚜렷했다.

 

화초에 물 주기는 하루 걸러도 될 것 같아서

오늘 저녁은 생략.

 

저녁밥을 하고

아내가 만들어 놓은 배춧국에

두부와 호박을 썰어 넣으니 어엿한 된장찌개가 되었다.

(이틀 저녁을 끓이니 국물이 졸아서 짠맛이 강했다)

 

밥을 먹고 나니 몸이 늘어진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글을 쓸 수도,

사진 정리를 할 수도 있는 시간이 생겼는데도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해가 질 무렵 옥상으로 올라갔다.

해가 구름에 덮여서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해기 지고 구름에 완전히 덮이는가 싶더니만

붉은빛이 구름 사이를 뚫고 나와

일대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것이 아닌가?

그 붉은빛은 맨해튼 쪽에서부터

동쪽이라고 할 수 있는 JFK 하늘의 구름까지도 

물을 들였다.

 

그 붉은빛이

바로 오늘 더위의 정체였다.

 

그나저나 이번 여름이

세탁소에서 맞는 마지막 여름이라고 생각하니

더위가 더 이상 끈적거리지도 않고

친근한 친구처럼 여겨진다.

 

내일은 또 어떤 해가 뜨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