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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진 이야기 - 비상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2. 3. 23. 19:25

우리 일행은 이번 South Carolina의 여행의 베이스캠프를

Hilton Head Island로 잡았다.

Hilton island island에는 5 년 전인가

우리 막내아들과 며칠을 보낸 적이 있는 곳이다.

 

그 지역이 휴양지인 까닭에

바다를 낀 지역은

대부분 호화 주택이나

한국에서 말하는 펜션이 장악하고 있어서

그곳에 숙소가 있지 않으면

바다를 보기가 쉽지 않다.

 

그날 아침도 우리는 무작정

바다를 보러  졸린 눈 비비며 숙소를 나왔다.

여행 중 바닷가에서 일출을 보는 것은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어서

일정에서 빼어 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그런데 바다에 가는 일이 

우리 같은 이방인들에게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바다로 향하는 길은 거대 한 집들로 막혀 있었다.

바다 주변의 집들은 자신들만의

바다로 향하는 통로를 가지고 있었다.

 

날이 조금씩 밝아오는데

일출을 보지 못할까 조바심을 내고 있는데

마침 빈 터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곳은 새로 집을 짓기 시작해서

터가 비어 있었다.

바다로 향하는 일종의 숨통 같은 같은 곳이

운 좋게도 이방인들의 눈에 띈 것이었다.

 

사실 우리 일행은

임자가 있는 땅에 무단 침입하는 무법자였지만

잠시만 범법자가 되기로 했다.

법에도 숨통은 있으니 말이다.

 

곧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둘러 바닷가로 향했다.

 

네 명의 할줌마(할머니+아줌마),

혹은 알 머니(아주머니+할머니)들이

해 뜨는 바다를 배경으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네 명의 발이 동시에 지상에서 떨어졌다.

 

비상!

 

네 여인의 마음,

그리고 사진사의 호흡이 한순간 일치했다.

 

단 한 번에 

Mission Completed!

 

환갑을 훌쩍 뛰어넘긴 

네 명의 할줌마들의 비상!

그것도 단 한 번에.

 

이런 마음이 오랫동안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연원이 아닐까?

 

우리는 게릴라처럼

목적을 달성하고

빛의 속도로 그곳에서 탈출했다.

 

Hilton Island 해변의 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