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나의 사진 이야기 - 봄마중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2. 3. 23. 10:28
뉴욕 일원의 일기예보는 뒤숭숭했다.
3월의 3분의 1이 훌쩍 지났건만
눈과 함께 기온도 영하로 내려간다는 소식은
겨우 교통 지옥에서 빠져나와
매끈하게 뚫려 있는 길을 달릴 수 있다는 기대감 앞에
다시 앞이 보이지 않는 차량의 행렬이
내 길을 막아서는 것처럼 맥이 풀어지게 했다.
그런 소식을 뒤로하고
우리는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버지니아에서인가 우리는 폭우를 만났다.
밤 열 두 시에 출발한
'밤으로의 긴 여로' 중에 만난 폭우는
졸음보다도 더 맹렬한 기세로
우리를 두려움으로 주춤거리게 했다.
그렇게 몇 시간 어둠과 졸음, 그리고 폭우의 저항을 뚫고
우리는 남으로, 남으로 전진했다.
비가 개이고
날이 밝아왔다.
날이 밝아지면서
눅눅한 어둠과
그 어둠 속에 묻어 있던 피로와 두려움도 사라졌다.
잠시 쉬기 위해 들린 휴게소의
반대 편의 키 큰 나무에 초록빛을 보자
눈이 시원해졌다.
나무가 초록 색 머리를 이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떠나온 뉴욕은 엄청 춥다고
누군가가 귀띔을 해주었다.
초록이 주는 위안과 희망.
어둠과 폭우, 피로.
그런 것들을 거슬러
드디어 만난 위로와 희망.
남쪽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몰랐다.
눈 내리고 아무리 추워도
남쪽에서는 이미 봄이 시작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