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함께 비맞기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2. 3. 4. 20:19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함께 비 맞기

 

Clementine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Clementine은 둘째 딸 부부와 함께 살던

반려견의 이름입니다.

별명은 Dr. Biden입니다.

왜 그런 별명으로 부르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딸이 박사 학위를 받기 전부터

Clementine은 박사였습니다.

 

그런데 Clementine이 둘째네와 이별을 했습니다.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을 했는데

한쪽 눈도 보이지 않았고

몸에 병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몸의 병은 그렇다 해도

학대를 당한 기억 때문인지

아주 심한 심리적 장애를 가지고 살았습니다.

특별히 동물 보호소에서 자신을 데려온

사위에 대한 집착이 대단해서

사위가 집을 비우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여러 가지 이상 행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둘째 부부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행복한 삶을 살았을 거라고 나는 믿습니다.

 

여러가지 합병증으로 Clementine은

고통을 받다가 결국 세상과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Clementine과 사는 동안,  딸 부부는 외출이나 외식도

자유롭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성을 들이며 키우던 

Clementine의 빈자리는 너무 커서

어떤 걸로도 메울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지난 주일에 위로차 둘째네 집을 방문했을 때

딸의 상태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제대로 먹을 수도 없고 

무시로 울음이 터진다고 했습니다.

 

심리 상담도 받고 약도 먹지만

Clementine이 남기고 간 아픔과 상처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는데

내 마음이 얼마나 저려오는지 몰랐습니다.

자기가 심리 상담가이면서

자신의 마음은 다스리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딸에게서 보았습니다.

 

딸은 나름대로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서

달리기를 다시 시작할 거라고 마음을 다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둘째는 작년에 뉴욕 마라톤을 뛸 예정이었지만

다리 부상으로 포기했습니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함으로써

현재의 나락에 떨어진 상황에서 헤어 나오고 싶은 것입니다.

 

딸은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늦긴 했지만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생일인 5 월 15 일에

자기 집에서 우리 집까지 뛰기로 했다는 결심도 밝혔습니다.

 

그때 나도 마음속으로 결심했습니다.

혼자 달리는 딸아이 옆에서 함께 달리기로.

 

나는 어제 아침부터 근육 운동을 짧게 하고

러닝 머신 위에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하면 5 월 15일까지는

딸네 집에서 우리 집까지의 거리(22km)를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러닝 머신에서 땀을 흘리는 동안

내내 내 마음은 슬픔에 잠긴 딸아이와 함께 했습니다.

 

나는 딸아이의 마음에서 슬픔이나 절망을 도려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의 마음 옆에 나란히

내 마음을 놓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그랬다지요.

'사랑은 같이 비를 맞아주는 일'이라고.

 

사랑은 능력이 아니라

희생의 마음으로 함께 하는 일이 아닐까요?

 

오늘, 해 뜨는 아침노을이 참으로 곱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