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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여행 - Breezy Point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2. 2. 23. 11:38
황혼여행 - Breezy Point
날은 맑을 거라고 했다.
일기예보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2월 중순의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온도는 아슬아슬하게 영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내는 아침부터 해지는 시간을 예약해 두었다.
다시 말해서 그녀와 나의 시간을 묶어둔 것이다.
해가 지는 시간을
우리는 함께 같은 걸으며 보내기로 했다.
우리는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추어
Breezy Point로 갔다.
Breezy Point는 우리가 살고 있는 Rockaway Peninsula의 서쪽 끄트머리를 가리킨다.
우리가 해가 지는 방향으로 걷다가 돌아오는 동안
두 커플을 지나쳤다.
사람들은 거의 볼 수 없었고
물 가에 먹이를 찾는 갈매기 한 떼와
작은 병아리 크기의 새떼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래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모래 위에 무늬를 남겼다.
흔적.
카메라를 든 손이 시렸다.
우리가 갈 수 있는 끄트머리께에 도착하니
해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꼬리를 막 감추려 하고 있었다.
언제 해가 질까 했는데
서둘러 해는 먼 수평선 너머로
미련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해도 물 위에 흔적을 남겼다.
바람과 빛이 만든 흔적.
아내는 자기가 점프를 할 테니
그 순간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마침 빛이 남아 있어서 흔적이 남았다.
흔적.
빛이 남긴 흔적도,
바람이 남긴 자국도
어둠이 다 품어 안았다.
우리 삶의 흔적도
그렇게 어둠 속에 안길 것이다.
그럼에도 하늘로 점프를 하며
흔적 하나 남기려는
허무한 몸짓들.
-C'est la 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