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서 커피 내음이 나네요
당신에게서 커피 내음이 나네요
나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Broadway Junction에서 내려
전철을 갈아타는 대신
두 정거장을 걷는다.
순전히 건강을 위해서이다.
일터까지 십오 분 가량 걸리는데
동네 사람들과 눈인사도 나누고
손님들을 만나 잠시 수다를 떨기도 한다.
어제도 역에서 내려 작은 공원 앞을 지날 때였다.
작은 공원을 가로질러 나온
젊은 남녀 한 쌍이 내가 걷는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공교롭게도 남자는 오렌지 색, 여자는 핑크 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잠시 내 머리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오렌지색과 핑크색의 콤비는
바로 던킨 도우넛의 상징이 아니었던가.
이럴 때 가끔씩 나는 나에게 놀라곤 한다.
나는 잰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곁을 스쳐 지나며 속도를 낮추고
인사를 했다.
"Good morning!"
나의 갑작스런 인사에
두 사람은 잠시 뜨악해하더니 마지못해 "Good Morning!"이라고 응대를 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가 입을 떼었다.
"You guys smell coffee."(당신들에게서 커피 향기가 나요.)
두 사람의 얼굴엔
-웬 동양인 흰머리 소년(?)이 자다가 봉창 뚜드리는 소리를 하나?-
하는 표정이 가을 하늘에 냠겨진 비행기구름처럼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 사람은 핑크, 다른 한 사람은 오렌지 색 셔츠를 입었으니
두 색의 조합은 곧 던킨 도넛을 떠오르게 하고,
이어서 커피 향기까지 연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설명을 덧붙였더니
청춘 남녀의 얼굴에서 행복과 기쁨이 묻어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재미있었다며 환한 미소를 내게 선물로 돌려주었다.
그들은 나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은 어제 하루 종일
커피 향에 젖어서 행복한 표정으로 살았을 것 같다.
커피 향 난다는 칭찬의 말에
커피 향에 맞갖은 말과 행동으로 이웃들을 대하지 않았을까?
그들의 미소 때문에 나도 하루를 산뜻한 기분으로 보낼 수 있었다.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는데
검은 커피 빛 위에 핑크와 오렌지 빛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
커피 향 난다는 말 한마디에
오늘따라 세상이 온통 커피 향으로 그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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