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사진산책
일요일 오후 사진 산책
일요일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아주 느긋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아내와 산책을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하루 종일 날이 흐렸고
우리가 산책을 하는 동안 잠깐 해가 구름을 비집고 나와
인사를 했다.
바다에는 서핑을 배우거나 즐기는 사람들이
여느 때보다 훨씬 많았다.
제법 파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Board Walk에는
자전거와 전기 스쿠터를 타는 사람들과
걷는 사람들로 붐볐다.
Board Walk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비치,
다른 한 쪽은 레크리에이션을 할 수 있는 공간들로 나뉘어 있는데
사람들은 그곳에서도 무언가를 하며
느긋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116가에서 시작해서 55가까지 걸어갔다
돌아왔다.
대략 두 시간,
만 삼천 정도의 걸음 수를 걸었다.
길 위에서 스쳤던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은 모두 다른 곳에서 출발해서
한 곳에서 옷깃을 스쳤다가
또 헤어졌다.
같은 곳에서 출발해서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온 것은
나와 아내 단 둘 뿐.
아주 짧은 여행이었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 보조를 마치며 산책을 끝냈다.
같은 길 위에 서 있다는 것,
그리고 발을 맞추며 함께 걷는 일.
두어 시간 걷는 일 속에 삶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늘 길 위에서 배우고 깨우친다.
길을 나서는 일은
곧 구도(求道)의 길인 것이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다 왔을 때
빈 건물의 담벼락에
"Love Yourself."라고 쓰여진 낙서가 그림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걷는 일이야 말로 나를 사랑하는,
그리고 함께 걷는 이를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길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는 한 아이가
비둘기와 놀고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웃는 소리와 함께
우리의 여정도 마침표를 찍었다.
이윽고 저녁이 파도소리와 함께
밀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