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빗속을 뛰어봐요
쏟아지는 빗속을 뛰어봐요
일요일 아침,
출근을 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아침 운동을 느긋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운동을 하러 나갈 때는 구름만 하늘에 가득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비가 제법 세차게 흩날리고 있었다.
비와 함께
힘을 간직한 바람도 함께 불었다.
꼼짝없이 하루를 집에서 보내야 한다는 신호를
하늘에서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포르테'의 세기로 말이다.
동네 성당으로 미사를 다녀오니
비는 조금 잦아들었다.
성당에서 돌아오는 길에 베이글을 사서
아주 맛난 아침 식사를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니 잔뜩 찌푸렸던 하늘이
얼굴 주름을 펴는 것이 아닌가.
아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 바닷가로 산책하러 나가요."
아내 말에 따르면 오늘은 잠깐 맑았다가
하루 종일 비가 그치지 않고 내릴 거란다.
우리는 비를 흠뻑 머금은 모래 위를 걸었다.
우리 집에서부터 Riis Park까지
거의 30 블록을 걸어갔다 왔다.
그런데 갈 때에는 하늘도 맑게 개어서
반가운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다른 날 잘 보이지 않던 작은 조약돌과
새끼 조개들이
모래 위에서 파도에 씻기며 앙증맞게 찰랑거리고 있었다.
어떤 곳에는 과장 없이 조개 반, 모래 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새끼손톱보다 작은 조개들이 운집해 있었다.
발로 모래를 헤치면
셀 수도 없이 많은 아기 조개들이
모래 아래 몸을 숨기고 있었다.
참 신기했다.
작은 기쁨들이 나 몰래 보이지 않는 모래 속에 숨겨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살아가는 일이 그렇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모래 속의 조개처럼
신기하고 신비한 일이 어디 하나 둘이던가.
우중충한 날씨만을 예상했었는데
반짝 얼굴을 내밀었던 해 때문에 마음도 반짝 빛을 얻었다.
그런데 Riis Park 경계까지 갔다가 돌아오는데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나는 바닷가를 걷기 시작하면서
모래밭이 시작하는 곳에 있는 풀숲에
내 셔츠와 온동화를 벗어놓고 걷기를 시작했다.
비가 내리니 벗은 몸에 미세한 추위가 느껴졌다.
아내는 내가 감기 걸릴 수 있으니 뛰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비 내리는 바닷가 모래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피아니시모의 세기로 내리던 비가
어느덧 피아노 세기로 바뀌었다.
작은 빗방울이
달리는 속도에 비례해서
내 몸에 와서 부딪치는데
미세하게 따끔거릴 정도였다.
그래도 최백호의 '뛰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내 몸에 부딪하는 빗방울이 즐겁고 명랑했다.
환갑을 훌쩍 넘긴
두 청춘 남녀(?)의 질주를 축하하는 듯
빗줄기는 점점 거세어졌다.
빗줄기가 피아노에서 포르테로 막 변할 때
우리의 달리기는 결승점에 이르렀다.
삶이 좀 퍽퍽하고 비 오는 날처럼 무료하게 느껴질 때,
가끔씩 빗속을 달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처음 달리기 시작할 때
비는 피아니시모의 세기로 내리고 있었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는 포르테의 세기로 바뀌어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빗속을 달림으로 해서
아내와 나 사이의 사랑의 빗줄기는
피아니시모로 시작해서 포르티시모로 바뀌었음을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비는 쉬임없이 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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