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흐린 여름 하늘에 편지를 써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1. 7. 22. 19:24
아내는 저녁 식사 후에
콘도 옥상에 올라가 운동 삼아 걷기를 한다.
동서남북이 트인 경치를 벗 삼아 걷기를 하는데
요즘 같은 여름 날씨에도
바다에서 부는 바람 때문에
그다지 더운 줄을 모른다.
그런데 어제 옥상에 올라갔던 아내가
바로 내려와,
"여보 , 사진 찍어요!" 하며'날 옥상으로 초대를 했다.
아내의 초대에 나는 빛의 속도로 반응을 했다.
옥상에 오르니
해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빛의 해가 지는데
평소에는 그렇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볼 수 없는데
눈을 떠도 눈이 부시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천민이 눈을 똑바로 뜨고
나랏님 용안을 보는 것 같은 불경함이 이런 것일까?
이 모든 현상은 미 서부의 산불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산불 때문에 생긴 연기와 먼지가
태평양부터 대서양까지
그 먼 거리를 날아와 이곳의 하늘을 회색으로 물들여놓았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붉은 해를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산불은 이상 고온 때문에
이상 고온은
또 환경 파괴 때문에 비롯되었다.
환경 파괴의 주범 중에 나도 들어간다.
에너지를 아끼지 않고
부족함 없이 사용했던
나의 부주의 또한 이 붉은 해를 보는
먼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붉은 해를 바라보는
나의 얼굴도 붉어오는 것 같았다.
햇빛이 반사되어여서일까,
아니면 부끄러움 때문일까.
흐린 여름 하늘에 편지를 쓴다면---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