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 날개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1. 7. 19. 08:44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 날개

 

3 개월 째다

아침마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한 것이.

 

운동을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나며

가슴과 팔, 그리고 어깻죽지 부근에 근육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스스로 대견하고 신기해서

힘이 들어도 운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석 달째 운동을 하는데

최근에는 근육의 성장세가 멈칫하고 있는 것 같다.

제 자리리에 멈춰 있는 기분이다.

 

사실 평생 근육 운동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두 달 넘게 운동을 해서

약간의 근육이 몸에 생긴 것만 해도 참 보람된 일이기는 하지만

숨이 차고 땀이 나는데도 더 이상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며칠 풀이 죽어 있는데

오늘  샤워를 하면서 우연히 거울에 비친

옆구리가 눈에 들어왔다.

겨드랑이에서 등을 따라 허리 위쪽까지

생선의 지느러미 형태로

근육이 도톰하게 돋아난 것이 아닌가.

 

놀랍고 신기했다.

 

사실 운동을 한다고는 했지만

누구에 배우거나 귀띔을 받은 것도 없이

마구잡이로 두 달 넘게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야 내가 운동할 때 사용하는 기구 이름을 알게 되었다.

특별히 머리 윗 쪽의 손잡이를 아래로 당기는 운동기구가 있는데

그것이 'Lat Pull- Down'이라는 걸 지난 주에야 알았다.

 

Lat은 latissimus dorsi를 줄여서 부르는 것으로

등 뒤 쪽에서 옆구리까지 내려오는

광배근을 일컫는다고 한다.

흔히 코부라의 머리 부분이 떡 벌어진 것 같이 

등의 볼륨감을 느끼게 해주는 근육이다.

광배근은 흔히 남자들의 로망인 V자 형의 상체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나는 두 달 동안 이 운동을 하면서

팔과 어깨에 힘을 주며 땀을 흘렸다.

팔과 어깨 운동을 한 것이다.

그런데 Lat Pull-Down은 기본적으로

광배근을 키우는 운동이라는 걸 최근에 알아차린 것이다.

잘못된 운동 방법과 자세로

lat pull-down 운동을 했지만

그래도 결과가 전혀 없지는 않아서

아직 미미하지만 광배근이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어릴 적부터 밥을 먹으며

반찬에 무슨 영양소나 성분이 들었는지 

굳이 분석을 하지는 않는다.

때로 잘 씹지도 않고 꿀꺽꿀꺽 밥을 삼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꼬박꼬박 거르지 않고 먹은 밥이

내 몸 속에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여태까지 나를 성장시킨 것이다.

 

무슨 운동을 하는지 모르고 했어도

땀과 시간은 나를 배반하지 않고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두어주 전부터 등 뒷 쪽이 근질거리는 것 같았는데

아마도 광배근이 자라는 신호였던 모양이다.

 

두어 달 더 열심히 하면

내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내일도 나는 헬스장으로 출근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