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부부 찻잔, 부부 도마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1. 6. 14. 06:41

아내는 가끔씩 부부를 상징하는 찻잔 득템 하기를 즐겨한다.

내 기억에도 우리가 소유했던

부부 찻잔의 갯수가 꽤 되는 걸로 기억하는데

그 숫자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현재는 두어 벌 부부 찻잔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위의 사진에 나오는 찻잔이다.

두 개의 잔 중 하나는 옴폭 파여서

누가 보아도 여성성을 나타나는데

이 둘을 포개어 놓으면 둘이 하나가 되는 그야말로 일심동체,

다시 말해 부부의 모습을 연출한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아내는 부부 도마를 집에 들였다.

굴곡진 한 쌍의 나무 도마는

누가 보아도 남과 여를 상징하는 것임을

아무리 무심한 사람이 보아도 놓칠 수는 없을 것이다.

 

처음 보았을 때는

참 아이디어도 좋고 귀여워서

그 도마를 관상용이나 장식용으로 두어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내는 실제로 그 도마를 실생활에서 사용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냥 네모난 도마였으면 몰라도

사람의 형상을 한 도마여서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거의 40 년 동안 같이 살아온 경험을 통해

아내의 사람됨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아내가 특별히 남성 모양의 도마를 사용할 때

칼질하는 소리의 볼륨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혹시 심기가 불편한 건 아닌지

귀를 기울이며 마음을 졸인다.

 

아직까지는 큰 소리가 나지 않아 다행이다.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으리라 믿지만

혹시 모르니 아내에 대한 내 행동거지에 특별히 더 신중한 태도를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도마는 나에게는 아내의 심정을 나타내는

일종의 센서 같은 것이어서

도마를 볼 때마다

나는 내가 아내에게 불순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닌지

마음의 깃을 여미게 되는 것이다.

 

그저께 먹은 된장찌개의 두부를 썰 때도

도마에서 나는 아내의 칼질 소리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고 아름다웠다는 사족을 덧대며 

글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