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엎드려 절 받기

가을에 태어난 아이 2021. 5. 27. 00:08

 

우리가 살던 아파트에 셋째 딸 부부가 이사를 왔다.

말하자면 세탁소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으니

셋째 부부와 나는 이웃사촌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때가 때이니 만큼

우리 아이들이 세탁소를 찾을 일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세탁소 주소로 소포가 올 때나

한 번씩 들리지

아무리 이웃에 산다고 해도

별로 얼굴 볼 일이 없다.

 

그런데 지난주에 사위 Dan이 옷을 맡기러 왔다.

6 월에 우리 조카 혜진이가

마침내 일 년을 미루었던

결혼식을 하게 되어서 입을 양복 세탁을

내게 부탁하게 된 것이다.

여제 세탁이 끝났다.

 

그래서 오늘 아침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Dan's suit is ready to pick up.

Price? A cup of home brewed coffee.

P.S I don't drink coffee after 11am.

 

그랬더니 Dan이 10 시 쯤 세탁소에 등장을 했다.

물론 커피 한 잔을 들고.

 

우리는 서로 안부를 물으며

반가운 해후를 했다.

 

그런데 굳이 엎드려 절을 받아야 하냐고

물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장인이 되어 사위에게 세탁비를 받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 아이들과는 달리

신참 사위 Dan으로서는 옷을 찾으러 오면서

조금 불편할 수 있을지도 모를 것이다.

세탁비를 내지 않고 옷을 찾아가면서

그 어색한 순간을 마주쳐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커피 한 잔을 부탁하면

우리 사이에 자리할지도 모르는

그 안개같은 어색함이 지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때론 엎드려서라도 절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Dan이 가져온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행복한 아침을 열어가고 있는 중이다.